이제 내려가볼까요? - 더 높이 오르지 못할까 두려운 날, 수평선 아래에서 만난 진짜 평화
최송현 저자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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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움직임, 규칙…

모든 것이 달라진 세상에서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것도,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한 것도,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모두 선물처럼 갑자기 내 인생에 나타난 사건이었다.


3초, 라디오에서 정적이 흐르면 방송사고가 되는 시간.

2초, 예능 프로그램 녹화 중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말할

      기회가 사라지는 시간.

1초, 대화의 공백이 생기면 다음 할 말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는 시간.


말하고 웃는 내 모습을 화면에서 접했던 사람들은 일하지

않는 공간에서 내 침묵을 무례나 공격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말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는 동안

가장 멋진 일은 나의 호흡을 만나는 일이다. 호흡한다는

것은 곧 살아 있다는 의미이며, 인간의 육체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행위다.


스쿠버 다이빙은 내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아낌과 사랑, 존중을 받는 시간이다.


팔다리를 휘젓지 않고, 주변의 흔들림에 휘둘리지 않고,

고요하게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는 중성부력의 상태.

다이빙 초고수, 바로 부력을 지배하는 자다.


암흑 속에서 플랑크톤과 빛나는 춤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지만, 수중 라이트를 켜고 낮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을 찾아보는 기쁨도

놓칠 수 없다.


세노테 중에는 석회암이 용해되며 지표 아래에 동굴이

형성된 곳이 있는데 비췻빛 맑은 물은 연중 25도로

웨트슈트 다이빙에 적합한 온도다. 수만 년 동안 형성된

신비한 자연의 예술품인 종유석과 석순, 천장 구멍으로

스며드는 햇빛으로 완성되는 마법 같은 장면을 직접 보고

싶은 꿈이 내게도 생겼다.


침수 스토리 하나에도 다이버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스쿠버 다이빙은 다른 어떤 활동을 할 때보다도 바보 같은

자신을 많이 마주하게 되고, 그런 에피소드에 공감하며

울고 웃어주는 동료들 덕분에 떠날 수 없는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흑동고래의 그 거대함에 순간 숨이 막혔다.

"너무 무섭다. 그런데 너무 좋다. 행복하다."

미친 사람 같지만 이것이 그때의 기분이었다.


크기가 큰 멸종위기종의 대형상어를 참가자들끼리

경쟁하며 잡아 죽이게 만드는 트로피 낚시는 정말 무지한

인간의 생태계 파괴 쇼다. 최상위 포식자부터 역방향으로

무너진 먹이사슬이 원인이 되어 기후변화가 초래되는

무서운 상황이다.


@ehboo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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