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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향수가게
진설라 지음 / 서랍의날씨 / 2023년 12월
평점 :
모든 그리움이 모이는 곳 메모리얼 향수 가게 !!
사랑했던 사람의 그리움이 당신을 메모리얼 향수 가게로
안내 합니다!
죽은 사람처럼 사는 것도 모자라서 며칠 전부터 무섭게
자꾸 이상한 소릴 해 댔다. 죽은 딸애가 꿈에 나와서는 영혼의
향수를 만들어 주는 향수 가게가 있는데 거길 찾아가면 자기를
만날 수 있다고, 게다가 오늘 새벽에는 겨우 잠든 철중을 흔들어
깨워 다짜고짜 이 쪽지를 건네 주었다.
엉망이 된 딸애의 싸늘한 주검 앞에 무릎을 끓던 날 철중은
기타를 치느라 굳을살이 단단히 박힌 딸의 손가락을 보며
가슴을 내리쳤다. 왜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을까. 요즘 학교생활은
어떤지, 학교는 왜 가기 싫은지, 언제 가장 행복한지..
"따님 향수 만들러 오셨죠?"
백발 여자가 말했다.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던 철중의 눈앞에
플래시가 켜진 듯 했다. 헛소리 같던 아내의 말이 참말이었다니!
철중은 저만큼 놀란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어느 때보다도 향이 짙고 색이 아름다울 거라는 걸 이플은
알 수 있었다. 어린 영혼일수록 고객의 그리움이 강한 탓에
향수의 향이 강하다. 신력 또한 강하다.
동규는 어느새 또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질적인 그리움이 80%를
토해 내기 때문에 고인을 향한 병적인 그리움은 거의 사라진다.
원래는 악성 그리움의 절반만 덜어 낼 수 있는 구조인데 천재적인
조이플의 남다른 재능으로 80% 이상 덜 수 있게 되었다.
석재는 가질 수 없는 그릇과 치명적인 사랑에 빠졌다. 금단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가속도가 붙는법이라 멈출 길이 없었다.
갈수록 손에 넣고 싶었다. 시커먼 욕망에 눈먼 석재는 자신이
그릇을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갖다 붙였다.
생생히 기억하게 할 코드명 블랙 X-HEll.
죄책감이란 감정을 끄집어 내는데 제아무리 먼지보다 작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을 7만 배 이상 부풀려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7일이 지난 후에는 깨어있는
동안에도 순걸의 환영을 보게 될 것이다. 또 7일이 지나면
석재의 영혼이 조금씩 문드러질 것이다.
이플에게 늘 열등감을 느꼈던 홍주의 검은 욕망은 결국
어린 영혼의 향수를 희생시키는 걸로 끝맺었다.
8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후 눈이 멀어 버렸다. 누군가
아들을 데려간 그날부로 세정의 삶은 막을 내렸다.
영아돌연사로 아들을 잃은 강은주는 우연히 SNS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옛 룸메이트 세정을 보게되었다.
세정의 아이를 보는 순간 마치 잃어버린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머리가 띵했다. 메모리얼 향수 가게에 오는 고객들은
개나 사람이나 하나같이 차원이 다른 마음을 품은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사랑하면 무조건 찾고 봐야지, 포기할 게 아니라"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음에도 아이의
행복을 먼저 염려하고, 죽어서도 자식을 위해 몸을 던진
두 엄마의 헌신이 이플의 마음을 모질게 때리는 것만 같았다.
"내가 니 아플 때 너무 몬때게 굴었다. 내한테 와가 고생만
실컷 한 사람한테 ··· 귀찮아 하기나 하고 ··· 내가 잘몬했다."
필재는 자신의 가슴에 수없이 생채기를 낸 하지 못한 그 말을
드디어 내뱉었다.
곁에 있을 때 맘껏 보고 맘껏 표현하며 지금 이 순간이
마직막인 것처럼 사랑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을 죽고나서야
깨달았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_fandombooks_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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