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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맞추어 걷습니다
이윤미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12월
평점 :
땅끝마을에서 인천까지, 서해 정복 여행기
아이가 자라는 데는 부모의 헌신이 분명 필요하지만
나는 균형을 맞춰 보고 싶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기 위해 '내'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떠난 한 달간의 여행은 나의
취향이자 내가 하고 싶었던 놀이다.
여행 장소를 정할 때 추억이 있는 곳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가는 사람이 있고, 늘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
충분히 예상되듯 나는 후자에 속한다. 내게 여행은 새로운
곳을 찾아 탐험이자 모험이다.
나흘 동안 강원도 한 바퀴를 도는 일정에 비하면 26일동안
땅끝마을에서 인천까지의 일정은 아주 양반이라며 낄낄
웃는다. 이렇게 이동을 많이 하는 여행으로는 내게도
최장기 여행이다.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행복한 삶을 체험해본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꾸려갈 힘을 가지게 되리라 믿는다.
하고 싶은 것을 실컷한다고 욕구가 다 채워지는 게 아니었다.
너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아내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사진을 찍거나, 특정 자연물을
찾는 등, 아빠가 내주는 미션은 아이들에게 여행중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보상을 미끼로 사용하는 것은 비교육적이고 하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돌볼 내적 동기를 쌓아가야 한다.
바쁜 삶의 속도를 늦추고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을
돌아보는 아름다운 배움. 그렇다면 느림의 미학이 이번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이 될지도 모르겠다.
각자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으니 우리는 아주 의미있는 여행을 하는 중이다.
보상이 없더라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보상이 없는 줄
알면서 하는 일이 더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결과가
없을 게 뻔한 일이 더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시간을 내어 여행을 떠나온 덕분에 자연과 시간을
마음껏 누린다. 어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도
마찬 가지 아닐까?
가는 길 곳곳마다 유명한 영광 굴비 말리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영광이라는 지역 전체가 커다한 굴비 공장인
것처럼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굴비 병풍이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과 길을 가다 무지개를 만나고 다 같이 머리를
맞대어 길을 찾는 이 시간을 고이 접어 소중하게 책갈피에
끼운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다. 불편함을
태연하게 견디며 우리는 또 한 뼘 자란다.
서로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것이 또 다시 서로에게 행복의
이유가 된다. 이런 게 가족이다.
사소한 일에 행복해하는 것은 철없는 일 같지만, 결국엔
위대한 일이 될 것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happypress_publishing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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