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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평점 :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로 반전과
재미가 있다.
불현듯, 남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다! 내 전부였던, 그의 모든 것을 의심하라.
그때 그 말들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남편의 비행기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후회는
일이 이미 틀어지고 난 후에 하기 마련이다.
딘은 항상 내 기분과 감정을 민감하게 살폈다. 덕분에 그와
함께일 때 나는 진정으로 나다울 수 있었다. 그와 함께일 때
이해받고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나를 위해서라면
무었이든 할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전부이고, 그도 나의
전부다.
그는 바다를 보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 어두웠고 보름달이
떠있었어요. 물에 반사된 보름달을 별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마이크 미첼이 뉴스에서 한 말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곳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만약 딘의 비행기가 설명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힘 때문에
고장난 거라면? 그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나는 꽤 오랫동안 상담사로 일했고, 성적 전이를 경험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종종 여성 환자들에게는, 인생을
통틀어 내가 그들의 상황을 공감하는 유일한 남자였다.
그는 손을 뻗어 나를 상담실 안으로, 그의 품 안으로 끌어
당겼다. 그가 문을 닫았을 때 나는 그의 품 안에서 완전한
황홀경에 빠졌다.
금발머리칼을 가진, 마른 체형의 그녀는 북유럽 사람처럼
보였다. 나를 향해 짓는 그녀의 눈부신 미소에 하마터면
의자에서 중심을 잃을 뻔했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과 함께 혈관에 뜨거운 피가 돌았다.
하지만 바람피운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 상황을
멜라니가 알게 된다면 분노를 금치 못할 것이다.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졌다. 나 자신이, 내가 한 일이
혐오스러웠다. 슬픔과 외로움에 극복해 상담사의 양심과
인간의 도의를 져버린 일. 게다가 모든 감정적인 문제는
내게 떠넘겼다. 그녀를 돕고 그녀의 고통을 치료하는 것이
마치 내 의무인 것처럼 말이다.
찌릿한 고통은 온몸을 관통했고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다. 몸이 아스팔트에 닿자 빙빙 돌던 세상이
멈추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마비되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심장은 고동쳤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팠다.
하루에 여덟 시간씩 자리에 앉아 사람들의 문제를, 후회를
듣는 건 쉽지 않아요. 그들 각자의 지옥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도 쉽지 않고요. 엄청난 압박감이 있죠. 사실
굉장히 지치는 일이에요.
딘은 나를 끌어당겨 품에 꼭 안았다. 그의 불규칙한
숨결이 내 목에 닿았다. 바로 그 순간 나는 그와 함께
어디론가 도망쳐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곳만 아니라면 어디든 괜찮다.
육체적인 끌림, 설렘이었다.
맙소사. 나는 내 감정의 일정 부분이 굳게 닫혀버렸다고
생각했었다. 영원히 닫혀버렸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내가 틀렸는지도 모른다. 감정이 죽어버린 게 아닐지도
모른다.
바로 한때 내가 꿈꾸던 순간이었다. 간절했던 바람이
현실이 되는 순간. 하지만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부정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마치 원자폭탄처럼
내 안에서 폭발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happybooks2u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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