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이경옥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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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 하거나 또 마지막 따위는 오지

않는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쉽게 누군가를 좋아한다.


뭐든지 그렇다. 시작은 생각보다 쉽고 끝은 늘 허무하다.

어려운 것은 계속 이어가는 일. 어디가 종착점인지 알 수

없이 변해가도 변함없이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부와 함께 있는 일이, 다음에 만나자는 약속이, 뭔가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만나지 않을 때 부를 생각하는 

일이 많아 졌다.


내가 늘 두려운 건 끝이 아니라 끝이 날까 봐 불안에

떠는 시간이다.


"있지, 기한부는 어때?"

나는 멍하니 3초 정도 지나서야 겨우 "기한부?"라는

소리를 냈다. 

"응, 레이가 일본에 돌아가는 날까지 기한을 정하는 거지.

귀국한 뒤에도 계속 사귀자는 얼뜨기 같은 말은 안할게.

헤어질 때 질질 짜며 매달리는 촌스러운 짓도 안 할 거야."


"앗싸! 그럼 오늘부터 1일이야."

팔을 크게 펼치더니 부는 나를 와락 껴안았다.

나는 그대로 멍하니 부의 어깨 너머로 하늘을 본다.


"에스키스는 그 시작이야. 무엇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싶은지 내 안에 있는 막연한 것을 그려 넣어서 조금씩

구체화시키거든. 진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일도 없고 몇 번씩 다시 그려도 돼. 자유로워서 참 좋아."

잭은 천천히 그렇게 말하고 커터 나이프를 꺼냈다. 스틱 끝에

살짝 날을 댄다.


생명력이란 살아가는 힘이 아니라 살아가려고 하는 힘이야.


흔히 사랑에 빠진다는 말들을 하지만 나는 사랑이 온다고 

생각해.


기간이 정해진 관계. 우리는 끝을 향해 사랑해온 것이다.

정해진 것은 지켜아만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겁쟁이인 우리가 서로에게 했던 거짓말과 자신에게 했던

거짓말은 똑같다.


잭은 페인팅 나이프를 사용한 여러 가지 기법을 보여주었다.

날의 측면에 물감을 묻혀 미끄러지게 하면 삭 하고 생기있는

직선이 만들어지고 물을 떨어뜨린 부분에 나이프의 면을

마구 누르면 예상하지 못한 얼룩이 생겨 신기했다.


작품 수준은 각자 느끼는 것이지 다른 누군가로부터 순위가

매겨지는 게 아니다.


남들의 평가만 신경 썼던 것은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분명하게 보이지만 자기 자신은 전혀 알 수 없다.

거울과 카메라가 있어도 그건 변함이 없다.


말도 안 돼,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다. 내가 아는 내가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니다. 나는 지금 빛나고 있어야 한다.

독신을 찬미하며 좋야하는 일을 하면서.


모순이다. 나는 사는 것이 고통인데 죽는 것도 이렇게 무섭다.


우리는 색을 잃는 게 아니다. 색이 없는 세계는 없다.

그때그때의 내가 가진 색으로 인생을 그려가는 것이다.


몰랐던 건 나다. 이 사람이 내게 준 건, 그저 곁에 있는,

그 무엇보다 깊은 애정이었는데.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bizn_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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