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못 말리는 하우스메이트 - 도시에서 대형견과 산다는 건, 2023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나무의말 에세이 1
청어람미디어(나무의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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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큼 사랑스러운 대형견 천둥이와 오늘도 울고 웃는

달콤쌉싸름한 도시 생활.


도시에서는 상황이 반대였다. 천둥이가 나를 지키는 게 

아니라, 내가 천둥이를 지켜야 했다. 그건 신선한 먹이와

물을 주고, 정기적으로 산책시키고, 달마다 각종 약을 챙겨

먹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한국 기준으로 '대형견'이라는

범주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가는 천둥이의 덩치는 각종 오해와

편견에 직면해야 했고, 천둥이의 기르며 나는 처음으로

'소수자성'을 경험했다.


글을 쓰면서 비육견인이었을 때가 자주 생각났다.

이 세계로 건너오긴 전의 나를. 세상이 '장애인과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지금은 장애를 갖고 있지 않지만 언제든

장애를 가질 수도 있는 사람)으로 나뉘듯, 지금 나의 세상에는

'육견인과 비육견인'이 존재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육견인은

'기회'를 먼저 가져본 사람이다. 종을 넘은 이해와 사랑이 기회를.


개가 필요하다, 그것도 큰 개가 ···!

천둥이는 내 첫 개다, 보통 큰 개는 한 번이라도 개를 길러본 사람이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도 개를 기른 적 없는 나에게 천둥이가

온 건 순전히 밀푀유 파이처럼 겹겹이 쌓인 우연과 인연의 결과였다.


태어난 지 한 달 반 된 꼬물이, 조그만 종이 박스에 담긴 천둥이를

자동차 보조석에 태우고 집에 오던 길, 아버지는 천둥이가 혹여

멀미라도 할까 봐 산골짜기 흙길을 시속 10킬로미터로 달렸다고 한다.

그렇게 집에 온 천둥인 아버지의 다정한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한

마당 개로 무럭무럭 자랐다.


사실 모두의 삶은 스며드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로 

또 어딘가로.


"점심 때 산책을 시켜주시나요?"

"제 생각에 눈곱의 원인은, 천둥이가 점심 때 소변을 누지 못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물을 덜 먹기 때문에 노폐물이 씻겨지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실외 배변하는 개에게 산책이란, 마치 숨쉬기처럼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사실을.


줄은 끌면서 우산까지 드는 게 힘들어 우산은 포기한지 오래다.

그놈의 응가가 뭐간디 ···


코코 보호자와 코코는 천둥이와 나의 적극성에 몹시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게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이냐고? 맞다, 좋아할 일이다.

두 살 된 대형견은 인간이 아무리 데리고 나가줘도 만족할줄을 모른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멍빨'은 멍멍이 빨래의 줄임말. 그렇다, 오늘은 바로 천둥이를 

목욕시키는 날이다.


천둥이가 기쁨에 못 이겨 몸에 묻히는 건 고양이 똥이다.

개 기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다. 고양이 똥 특유의 그 시큼하고도

톡 쏘는 향기를. 혹자는 개에게 고양이 똥이란 '샤넬 No5'급 향수에

비견한다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비유를 남겼다.


맨발로 땅과 만나는 개들에겐 눈에 닿아 발열반응을 일으키는 염화칼슘이

'뜨거운 굵은 소금' 같은 느낌일 것이다.


아파트에서 기르기 편한 소형견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 대형견을

기르는 건 사회적 소수자의 길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리고 소수는, 언제나 약자다.


제한적인 시야에 들어온 것만을 세상이라고 알고 살아가던 나는

얼마나 편협한 인간이었나. 마음의 변화는 '그 각각의 생명이

하나의 세계'란 사실을 깨달으면서 또 한 번 일어났다.


처음 보는 사람이 '아이구 예쁘네' 하면서 머리를 쓰다었을 때

(개의 입장에선 낯선 사람이 손으로 자기 시야를 가렸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것(먹이 등)을 빼앗길 것 같을 때 등 ···, 개가

이빨을 드러낼 때는 이유가 있다.


개, 특히 대형견을 데리고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보호자는 시민으로서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로부터 배제될 각오를 해야 한다. 

버스 탑승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당신은 개의 개다움을 인정해주고 있냐는 ··· 생각해보니 아닌 거예요.

개가 '반려견'이 되면서부터 우린 개한테 사람 기준에 맞춰서 살라고

하잖아요. 어쩌면 난 내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개야말로 '인간이 잊고 사는 행복'을 대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개가 행복한 사회라면 인간도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다.


@words.of.tr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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