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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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개조하겠다는 목적으로 자행된 극비의 실험.

과학적 사유와 역사적 사실이 빚어낸 매력적인 스토리 !


"죽여. 지금." 

사내는 시선을 광장에 고정한 채로 당연한 명령을 내린다.

"거사 직전이고 ··· 첩자가 아닐 수도 있는데 ···"

"죽이라고." 

차분한 말투. 한 번 더 물었다가는 자기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코테는 곧바로 내려갔다.

사내는 부하 한 명의 목슴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부하들은 사내가 명령하면 왜 죽여야 하는지도 모르고 서로를

죽였다. 그들에게 사내는 신이었고, 그가 쓴 선동적인 팸플릿은

성경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악마 같은 놈아!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는 게 좋은 세상이니?

너는 대체 누구를 닮아서 ···."

언성을 높였던 노파는 신성 모독을 무심코 뱉은 신자처럼 급히

말을 잘랐다.

"이번 유형에서 돌아오면, 마음잡고 새 삶을 살자꾸나.

네가 아무리 인간 백정이래도, 아비 역할은 해야지.

야샤에게는 아버지가 필요해."

"악마 같은 아비와 살 바에야 차라리 없는 게 나아요. 

저를 보면 아시잖아요."

아들의 차가움에 노파는 잠시 얼어붙었다.


"나를 구해 준 나타샤 언니에게 자세하게 들었어. 후작은 영하 

50도의 차가운 물에 가라앉은 한 살짜리 아기가 어떻게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는지 몹시 신기해했어. 그때부터 모두가

나를 '기적의 케케'라고 불렀지."

기적이고 나발이고, 그 리센코라는 작자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에요? 그 춥고 외진 곳에서 고아들을 데리고 뭘 하려고

했던 거예요?


"아시다시피, 프리드리히 대제는 키가 큰 병사로만 구성된

멋진 근위대를 거느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키 큰 병사들을

따라 모아 키가 크고 튼튼한 여자와 강제로 결혼 시켰습니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나온 아들만 뽑아 만든 것이 바로 

프리드리히 대제의 근위대입니다."

"신기하군.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을 거 같은데?"


"나는 프리드리히 근위대보다 더 늠름하고, 더 강력한 백성들을

갖게 되는 건가?"

"네, 폐하. 제 최종 목표는 폐하의 모든 백성과 그 자손들이 속옷

바람으로 시베리아를 뛰어다니게 하는 것입니다."

추위에 떨지 않는 러시아 백성, 강추위에 굴하지 않는 제국의

군대. 차르는 리센코의 원대한 계획에 완전히 매료됐다.


"리센코 후작은 아이들을 데리고 유전학, 우생학을 실험했던 건가요?" 

"그래, 후작은 우리에게, 아니 더 정확하게는 홀로드나야의 아이들이

낳을 자식들에게 어떤 형질을 장착하려고 했어."


새신랑은 열일곱 살로 나타샤와 동갑이라는 것과 동홀로드나야에서

가장 추위를 잘 참는 '한랭 내성 챔피언'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새신부 나타샤 역시 영하 50도의 입수 기도에서 50분을 버틴

서홀로드나야의 챔피언이었다.


3년간 63개의 발가락이 잘려 나갔고, 22명의 아이가 무리한 입수

기도 중에 숨을 거뒀다. 후작은 매번 차갑게 얼어 죽은 아이들을

품에 안고 침통한 표정으로 언덕을 올랐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익숙해진 주변 환경이 바뀌는 것 참 두려워해.


후작은 점점 말과 행동이 난폭해지고 사악해졌어, 아이들은

물론 수도원의 연구원, 군인, 하녀 모두 그를 두려워하기 시작했지.


숫자 속에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해.

숫자를 세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소녀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이 만발했던 통나무 오두막은 이제

낙오된 처녀들의 신음과 죽어 가는 아이들의 울음이 몸부리치는

지옥으로 변했어. 그래, 지옥. 악마 리센코가 지배하는 지옥.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의심받아야 할 사람이지.


저는 본 걸 믿지만, 바보들은 믿는 걸 봐요.


그는 잔잔하게 잔인했다. 그것은 좋고 나쁨을 초월한, 정점에 

도달한 '악' 그 자체였다. 홀로드냐가 세월진 지 20년이 되던 해,

후작이 획득한 악마성은 강철처럼 견고해졌다.


"모조리 죽여. 죽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인간이 없으면 문제도

없어."


어머니의 기적은 저예요. 제가 세상을 뒤집어엎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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