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큔, 아름다운 곡선 ㅣ 자이언트 스텝 1
김규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인간이란 시간 위에 선을 그리는 존재예요.
어쩌다 선과 선이 만나고 한동안 같은 궤도를 그리며 겹쳐져요.
그때 거기서 섬광이 일어나요. 화학반응을 한 것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을 내죠. 그러니,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르쳐줘요. 사랑이란 어떻게 하는 건지.
매일 밤 오래도록 푸른빛을 보다 잠들곤 했다. 빛이
명멸을 반복하는 동안 그도 그곳에 있었다. 잠들어 있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님을 말해주는 생명의 신호.
인간관계라고 다를 게 없었죠.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만
남비고 반응하지 않은 관계는 멀어졌어요. 알고리즘은
나날이 정교해지면 이용자가 원하는 것만 보게 하고 다른
세상은 차단해 버렸죠. 편집된 삶.
내가 안드로이드 엄마와 언제부터 살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억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엄마는 내 곁에 있었다.
유치원에 처음 갔던 날, 친구를 마중 나온 엄마를 보고 나의
엄마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다.
"외부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나를 순식간에 들어올려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그날 그방의 풍경이 신기하리 만큼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 뒤로 분노에 찬 아버지의 비명이 멀리 공중으로
흩어졌다. 기억은 전원이 차단된 것처럼 그 순간 멈췄다.
인간은 늘 스스로를 정교하게 모방한 존재를 꿈꾸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미래에 날을 세우고 있으니까.
안드로이드와 나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마주섰다. 사람이었다면 누가
봐도 설렜을 매력적인 외모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하지. 왜 외면하려 애쓸수록 모든
신경이 그리로 곤두서는 걸까.
"대체 어딜 갔다 온 거야!"
안도감이 몰려옴과 동시에 화가 동시에 화가 치솟았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따스한 온기와 꽃향기가 한가득 몰려오자
활시위처럼 팽팽하던 긴장이 탁 풀리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아이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인간의 선에서 예측 가능한 기술적 불행들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 이 시대의 속성이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가 싫다.
나도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큔의 실없는 농담과 해맑은 실수가
나를 자꾸 웃게 했다.
다른 모양이라고 해서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을 거예요.
큔의 말이 맞았다. 인간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오만인지도 모른다.
분노의 원인은 공장에서 일하는 로봇들에게 있지만, 그 칼날은
인간형 안드로이드와 이를 소유한 사람들로 향할 겁니다.
두려움은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면 자신을 지킬 수 없으니까요.
세상이 끝났다고. 그레이스가 죽어서 내 세상도 죽었어.
그래서 이렇게 살다 죽을 거야.
다른 사람들의 세상을 망가뜨리면서.
그녀는 죽음에 대해 말하면서도 시종일관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인드 업로딩을 하면 현실의 당신은 그대로이고 당신의
자아가 가상공간에 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그것이 후에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몰라요.
#큔아름다운곡선 #김규림
#큔 #인간관계 #안드로이드 #사랑
#인간 #로봇 #분노 #두려움 #생존
#죽음 #세상 #인생 #시간 #선
#책 #도서 #독서 #철부지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