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하인드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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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무난했고, 더 없이 완벽했다. 그 우유 1리터가

내 삶을 통째로 흔들어놓기 전까지는..


비하인드, 직장인 커뮤니티예요. 가입할 때 회사 메일로 인증해야

해서 현직들만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게시판 앱. 이게 인증은

해도 글을 쓰는 건 익명이라, 진짜 살벅한 게 많이 올라오거든요.


기본적인 윤리 의식 문제잖아요.우유를 집에 가지고 갈 수 있는 

직원이라면, 집에 못 가져갈 게 있을까요?


몇 달은 걸릴일이 30분 만에 해결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동기 문화가 유별나다는 말도 나오고, 노트북 없이는 일해도 동기

없이는 일 못한다는 농담도 도는 것이다.


정중하게 사과하면 글을 내려달라는 요구쯤 들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희망을 품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우리 회사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겨우 이 모든 미션을 마쳤는데, 결국 마지막 순간에 CCTV를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덜커덕.


숨 쉬는 것도, 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모두 그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만 같았다.


[오빠, 정신 차려.]

아내의 문자를 본 순간, 비누 거품이 가득한 것처럼 뿌연 머릿속에

찬물 한 바가지가 끼얹어진 기분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쩌면 내가 일상이 무너질까 두려워했던 이유는 그 일상의 무게가

나 혼자 온전히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가진 정보로 싫어하는 사람을 매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정보를 무기로 타인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익명의 공간에서 그는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얻을 수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분명히 함정에 빠졌고,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걸 아는데도 반항할 의지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 존재니까. 쾌락을 위한 본능은 점점 커지도록

설계된 것이니까.


건물 난간에 서서 아내에게 보낼 문자를 적었다. 아내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아도 쓸 수 있었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의 자존심. 그리고 나의 체면.

내가 지켜온 나의 이미지를 부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오직 내 지옥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불행해져서라도 나는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내 안에 있는 악마의 속삭임은 오히려 나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우리들은 비하인드를 통해 소통도 많이 하고 정보도 많이

얻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얼마 되지 않은 인원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충격적이었다.


시작은 장난이었다. 하지만 그 장난들은 악행이 되어, 범죄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현재를 만든 건 익숙함보단 점점 더 커지는 욕망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 무섭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factory.nine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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