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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의 부활
김서하 지음 / 메이킹북스 / 2023년 6월
평점 :
『단 하루의 부활』은 총 4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 단 하루의 부활
일 년 전의 문자가 오늘 또 아빠 기일 전날에 도착했다.
"네 아빠가 정말 귀신은 귀신이간 보다."
아빠가 좋아했던 잡채를 무치며 엄마가 말했다.
이번에도 같은 번호로 문자가 왔지만, 너무 놀라 양손을
덜덜 떨면서도 핸드폰을 꽉 쥐고 떨어트리지 않으려 애쓰던
엄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는 어떤 스미싱이라도
좋으니 아빠 번호로 또 한번 문자가 오기를, 시간이 빨리 흘러
아빠의 기일이 성금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일 년에 단 하루, 부활하는 아빠를 의심 많은 오빠만 바보처럼
믿지 못 할 뿐이다. 나는 아빠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일 년에 한번 엄마에게 보낸 진짜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 백봉이
몇 년째 세프로 유명세를 한 몸에 받던 여자가 어제 역삼동
자택에서 자살했다. 어제도 TV에 나와 웃소 떠들던 여자가
오늘은 죽은 사람이 되어 나왔다. 천장도 아니고 의자에 목을
매고 죽었다.
인터넷 창에 태민희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긴급 속보가
떴다. 악마의 편집처럼 방송을 방송을 내보낸 프로그램, 소문을
사실처럼 퍼트린 유튜버 방송, 특정 유명인을 마녀사냥처럼
몰아간 SNS 악플러들의 '발 없는 살인'이라는 기사였다.
그 때의 감정으로 되살아 났다. 나의 첫 증오심이자 죄의식이다.
신발 밑창을 질질 끌고 다니던 나의 코흘리개 시절. 그 개를
처음 만난 날, 그 개가 달려와 안기는 바람에 뒤로 나자빠졌다.
"반가워서 좋다고 저러는 거야." 얼마 뒤 녀석과 가까워졌고,
아줌마를 따라 '백봉이'라는 이름도 불러줬다.
어느날, 백봉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코흘리개를 벗어났을 때,
비로서 나는 가게 간판에 쓰인 글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한국건강원] '한 마리 100봉, 반마리 50봉'
백봉이를 죽인 살인자는 죽어라!
죽어서 꼭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져라!
뒷벽에 서서 주머니 속에 챙겨온 빨간색 크레파스를 꺼내 섰다.
며칠 뒤, 마을 어른들은 건강원 주인이 자살했다고 속닥였다.
■ 흔적
사실 나는 스티커를 흔적 없이 떼어내기만 하면, 상표만 떼어
내버리면, 원래 갖고 있던 물건인 듯 익숙해졌다.
아니면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 상표나 스티커를 견디지 못하는
결벽증일지도 모르겠다.
새 물건은 값을 지불하고 스티커나 상표를 제거하면 그만이지만,
사람이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고, 그동안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채점용 스티커를 붙여
내 멋대로 그들을 판단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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