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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이 나이가 되면 죽음에 대한 집착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아진다. 죽음이 뒤에 도시리고 있지 않았던
때가 과연 있기는 했을까. 어린 시절 세계대전을 겪은
것도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늙은이는 힘이 없다. 모든 것이 언제 깨질지 모를 정도로
나약해지는 것이다.
아빠는 유도라를 꼭 껴안았다. 몇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그가 그랬던 것은 딸을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딸에게 매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내 나이가 여든 다섯이에요. 우울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
단지 삶이 끝났을 뿐이에요. 요양원에서 시끄러운 텔레비전
앞에 앉아 기저귀에 오줌이나 지리면서 죽고 싶지는 않다고요.
나는 품위를 갖추고 조용하게 세상을 뜨고 싶어요.
내 죽음이니까. 내 방식대로.
유도라는 소년을 본 순간, 바로 알았다. '죽음의 천사'라고
불리는 자들. 엄마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온 마을을,
온 세상을 가득 채우는 비명, 유도라에게 그 비명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로즈가 다가와 허리를 감싸 안았다. 유도라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인간의 온기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색했지만
의외로 안락했다.
유도라는 엄마가 슬픔과 분노 속에서 몰랐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삶을 희생하며 살았던 여자가 쪼글쪼글한
인간의 껍대기로 전락했다. 나이 듦이란 어쩜 이리도
잔혹한지.
샘 브캐넌이 말을 걸다니! 샘 같은 남자와 도망가는
상상을 할 때가 유일하게 희망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동생의 눈빛에서 반항심이 보였다. '언니 때문에 그런
거라고'. 스텔라의 앵앵대는 말투에, 헐레벌떡 뛰어오는
유도라를 보고 승리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에, 뭔가 유도라의
심기를 건드리는 게 있었다.
베아트리스의 마음에서 스텔라의 이름이 비극과 동의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때때로 잔인하기도 하고 까다로운
천성 때문에 사람들은 스텔라를 사랑하기보다는 견뎌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였다.
삶의 환희로 가득 찬 수류탄 같은 이 어린 소녀는 도대체
왜 자신을 친구로 고른 걸까.
엄마랑 동생이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그런 집에서 언제까지
그러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 그러다가 결국 정신병원에
가게 될 거야.
우리 도라 언니는 아주 멋진 사람이에요. 친절하고,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하죠. 그에 반해 우리 엄마는 차갑고, 냉정하고,
한을 품은 쭈그렁 할망구랍니다.
아름다움은 친절함과 함께 있는 법이니까요.
너무 받듯하고 너무 착해. 나한테는 과분하지.
나는 좀 단순하잖아. 스텔라도 그렇고.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게 모두에게 최선이야.
서로 좋게 끝내자.
죽음은 탄생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탄생은 기뻐하지만 죽음은 두려워하죠.
사람이란 선택을 하면 그 결과를 안고 살아야 하는 법이다.
매기는 세상에서 여자만이 지를 수 있는 비명을 지르며
새로운 생명, 새로운 희망을 이 우주에 선물처럼 내놓았다.
마치 넋을 잃고 유도라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이 눈빛은 축복이었다. 이 눈을 보자니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또 다른 엄마와 아기를 도울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그때.
왜 사는 건 가끔 이렇게 슬픈거예요?
행복한 시간이 오면 더욱 감사하라고 그런 게 아닐까?
행복의 순간은 그때그때 잘 낚아채야해요.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희망과 정직함으로 보는 것.
@hansmy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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