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엔딩
이진영 지음 / 파지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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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에 그를 처음 만났다. 

봄에 만나 여름을 함께 보냈다. 꽉 찬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되기 전에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첫 만남, 반하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화를 나누는 게 즐거웠다. 

이 사람이라면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6개월을 만난 후 하우스 메이트를 

엄마에서 ‘그’로 바꾸었다.


결혼은 실전이다!

어느덧 결혼 3년차, 우리의 신혼은 끝났다.


신혼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설렘과 편안함, 익숙함과 어색함이 공존하는 그 시간이 

쌓이면서 남편에게는 사랑 이상의 감정이 생겼다. 

의리, 동지애, 더 나아가 전우애 같은 것들이다.


결혼하고 만 3년을 넘기면서 신혼이 끝났다.

세 번째 결혼기념일이 지나고 남편이 기다렸다는 듯

사고를 쳤다. 


좌충우돌, 스펙터클한 신혼 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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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한 달쯤 되었을 때, 그가 자다가 방귀를 뀌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또 한번 뀌었다.

우리는 박장대소하며 자연스럽게 방귀를 텄다.


'자기'라는 단어에 마음이 풀렸다. 킬링 파트다.


시어머니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시어머니는 좋은 분이지만

투 머치 토커다.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든 말씀하신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다.


"내가 아는 여보로 돌아왔네? 다행이다."

남편의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예민했는지를 깨달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더니 정말 그렇다.


B는 마지막까지 횡령을 멈추지 않았고, 불명예 퇴장을 했다.

B가 떠나고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

모르는 사람에게 매장을 맡기는 것이 불안했다.


결혼하고 나서 우리 부부는 새로운 형태의 육체적 쾌락에 

눈을 떴다. 삼르가즘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발르가즘,

등르가즘, 귀르가즘을 일컫는다.


어느덧 결혼 3년차. 남편이 있고, 집이 있고, 차가 있다.

매장을 정리하면서 시간적으로 여유도 생겼다.


9월에 퇴사 면담을 한 남편은 4개월이 지나서야 회사를

정리했다.


사실 정확히는 나도 몰라. 지금 확인해볼께.

본인의 빚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말에 동공 지진이 일어났다.

수백원인 줄 알았던 그의 빚은 억대에 달했다.

남편의 빚밍아웃은 나에게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만큼

충격적이었다. 견고하다고 믿었던 우리의 신혼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사상누각이었다.


돈을 쓰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빚을 내어 빚을 갚았다.

K는 파혼당할까 봐 두려워서 빚을 숨긴 채 결혼했다.


서울에 올라와서 남편은 나에게 각서를 썼다.


피해자인 나의 아픔과 분노에만 집중했다.

남편은 결혼 전에는 파혼당할까 봐,

결혼 후에는 이혼당할까 봐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빚을 갚을 길이 열리면서 남편과의 관계는 예전으로 돌아왔다.

같이 있을 때 제일 편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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