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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정세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9월
평점 :
상식을 뒤흔들고 비현실을 믿게 만드는 3.5차원 상상력의 이야기들
단편이지만 장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꾼의 7가지 단편 소설집이다.
도입부터 몰입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다 읽게 만드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 나는 그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지금 이 돈은 아이의 몸값이 아니라 침묵에 지불하는 돈입니다.
숨겨둔 비밀을 들려주세요. 1억 원의 가치가 될 만한,
절대 알려지길 원치 않는 걸로, 나를 신고하면 그 비밀은 만천하에
까발려질 거고, 애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입막음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저 인간이랑 바람 핀 애, 심지어 미성년자예요.
이번엔 사모님 애기를 들어볼까요?
■ 인터뷰
지루한 인생이라도 앞날을 예측하기란 어렵다.
닥쳐올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대비했을 테지만
인생은 늘 그렇듯이 불친절하고 느닷없다.
세상을 구하겠다는 오만함에 낯이 뜨거워.
잠시 동안 뭐라도 된 줄 알고 까불었거든.
내가 얼마나 하찮고 가소로운 존재인지 이제는 알아.
사실 지금이 유독 재미없는 인생 이긴 해.
정해놓은 계획표대로 순서를 지키며 사는 과정은 노동에 가깝거든.
시간이 끝없이 거듭되고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내가 보잘것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아.
■ 도적
자고 일어나면 인생이 달라져 있기를 바란다.
눈을 뜨면 누가 대신 글을 써두었길 빌었지만
노트북의 커서는 첫 줄에 머문 채 깜박이기만 했다.
마치 길 잃은 내 인생처럼.
과거를 돌아가 이유를 떠올려봐도 그건 열등감 때문이었다.
이것밖에 되지 않는 나의 보잘것없는 재능이 야속하고 서러워
주책맞게 눈물이 나오다가 끝내는 오열했다.
■ 나를 버릴지라도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몸짓에 따라 사방으로 흩어질 정도로
덕칠이의 매질은 잔혹했다.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
사람들은 애초부터 가진 것은 흔해 빠지고 당연하다 여길 때가 많지만,
그런 당연한 것조차 없이 태어난 이는 그 흔한 걸 얻으려
몸부림치며 살기도 한다.
피부와 뼈의 성장이 멈추고 그래서 외관상 늙지 않는 선천적 희귀질병,
하이랜더 증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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