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았다. 마지막부분에서 유해진이 택시로 꽝하는 장면은 사실감이 좀 떨어지고,신파적 요소가 있긴 하나 웃음코드와 감동코드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상당한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보수,진보이데올로기 나 광주의 진실 논쟁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아마 현재와 같이 분단이 지속된 상황에서는 계속 될것이라 본다)에서 여전히'80년 5월 광주'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래 시는 2007년 5.18기념 청소년 백일장에서 장원한 작품으로 여고생이 쓴것으로 알려졌다.
(5.18을 겪은 친척어르신의 회상을 토대로 구성하였다고 하는데, 지켜주지 못한 어린학생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스러운 마음을 사투리를 통해 현장감 있게 전달하였다.)
그 날
-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했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깨 갔제.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제.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 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이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 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 건지 나 옷자락 붙은 고놈이 떤 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갖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 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 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얘 갖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 가고, 난 뒤도 안 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제.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 있데. 어린 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 보고야, 라디오도 안 틀었시야. 근디 맻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