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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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독서초보자는 일단은 무식과 무지의 베일을 벗고, 상식을 찾아야 할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책의 좋고 나쁨을 따질 안목도 없어, 고전이라고 들어왔던 책이나 책에 대한 안목을 갖춘 권위자의 추천(책 뒷표지의 광고와 추천평에는 속은 적이 많음),또는 각종 문학상 수상작품을 읽게 된다.

 

이 책은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이 상의 권위가 어느 정도 인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군대 갔다온 남자라면 입가에 침버캐가 일도록 과장된 무용담을 씨부리는 군대얘기다. 친근감은 있으나 다소 식상할 듯...그래도 막상 읽어보니 그럭저럭 재밌다. 군병원에서 자살한 친구가 왜 자살할 수 밖에 없었는지 주인공(물론 사병인 환자)이 추적해 가는 내용인데, 그래서 댱연히 추리소설 기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혹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설정이나 상황묘사, 대화장면 등 몇군데가 어색해 눈에 거슬리긴 하나 언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작가의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나 삶에 대한 치열성 등이 느껴졌다.

 

작가소개를 보니 이동원은 1979년 서울태생인데, 웃긴 것은 "군에 입대, 첫날밤에 불침번을 서며 작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루키는 야구장 갔다가 2루타치는 것을 보고 소설가가 되기를 결심했다 하고, 김연수는 하얀 빨래 널어놓는 것 보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니,요즘 우리작가들은 모두 하루키 따라쟁이가 된 것인지 작가가 된 계기까지도 하루키 따라하기에 바쁜 모양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어떤 계기도 없이 단지 소설이 좋아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면 안되나?

 

책 내용에 대한 얘기는 추리기법인 이 책을 혹시 읽을 사람이 있을 수 있어 생략 하기로 한다. 다만, 작가의 언어적 감각과 재능이 드러나고, 세계관을 나타내는 내용일 듯 싶어 인상깊게 읽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맛보기로 소개한다.

 

"사람들은 폭력성이 높은 작품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만 중요한 건 폭력의 강도보다 폭력을 다루는 방식이다. 폭력을 제대로 묘사하면 아무도 그것을 따라 하지 않는다. 맞는 자의 아픔뿐 아니라 때리는자의 아픔까지도 표현되기 때문이다. 반면 폭력이 멋지게 혹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질 경우 상처와 고통이 있어야 할 자리를 허세와 웃음이 대신한다."(87쪽)

 

"네가 없으면 죽겠다는 사람과는 만나지 마라. 사람은 사람을 채워줄수 없다. 날 채워줄 수 없는 사람에게 나를 채워주길 기대하고 요구하니까 결국은 바닥을 드러내고 메말라 갈라져 버린다.자신이 없으면 살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사랑은 상대를 세워 주는 것이다.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생명을 낳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도 사랑은 가슴에 남아 그 남은 생을 살아가게 한다."(110쪽)

 

"'안녕하세요'라...그래,제대한 지 얼마나 됐지?"

 "일주일 지났습니다."

 "얼마 안 됐구만."

 "천지를 창조할 수도 있는 시간인데요."

그가 버릇없는 개를 보듯 나를 노려봤다.그의 옆엔 얌전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레이하운드가 보였다.그는 내가 그 개 같은 태도를 취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었다.(288쪽)

 

(우여곡절끝에 군에서 제대한 주인공은 알바하기위해 사극 드라마 촬영현장에 엑스트라로 출연하다가 부당하고, 꼴불견인 상황에서 그 짓을 그만둔다.)

"그런 조그만한 권력에 취해 횡포를 부리고, 그 권력에 빌붙어 다른 동료들을 등쳐먹고 살아가는 모습이 서글펐다. 군대를 나오면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세상은 군대보다 더 험악한 곳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계속 군대에 있고 싶지는 않다."(282쪽)

 

오늘밤, 혹시 군대에 재입대(이 나이에!)하는 악몽을 꾸면 어떻게 하지?

난 여기서 이대로 '살고싶다.'


"차리엇! 열쭈~응 쉬어, 엄살부리지 마라."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 


오늘밤은 옆으로 새우처럼 자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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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10-26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군대 가혹행위 의문사는 여전히 벌어지고, 갑질문화도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인지, 책주제에 관심이 가네요. 폭력이란 뭘까 생각하게 하는 책 같아요

sprenown 2017-10-26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작가가 말한 대로 맞는 자뿐만 아니라 때리는자 역시 아픔을 느껴야 좀 줄어들 것 같습니다.. 물리적 폭력이든 심리적 폭력이든, 개인의 폭력이든 조직이나 국가의 폭력이든..

레삭매냐 2017-10-26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침번을 서다가 작가가 될 결심을 하였다.
그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네요 :>

아직 신인작가이다 보니 지적해 주신 부분
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군대 내 자살이라는 소재가
좀 그렇습니다만.

sprenown 2017-10-2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히 제가 무슨 지적질을 하겠습니까만.. 제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요...그러고 보니 마치 평론가인 척 까부는 듯한 표현이 있네요..ㅎㅎ

cyrus 2017-10-27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폭력을 우스꽝스럽게 혹은 멋있게 그려진 것이 조폭 영화에요. 이런 영화가 주는 재미에 뿍 빠진 청소년들은 그게 현실이라고 착각하기 쉬워요. 그래서 영화 속 폭력 행위를 흉내낼 수 있어요. 이런 친구들은 맞는 자의 아픔을 몰라요.

캐모마일 2017-10-27 14:27   좋아요 1 | URL
학창시절 조폭시리즈와 야인시대 나올 때 기억나네요. 학교 일진애들이 따라한답시고 조폭놀이하고 그랬죠. 자기네딴엔 그게 멋있엇는지 모르겠지만 제3자 입장에선 생각없는 양아치짓거리였어요. 사최적으로 모방범죄니 폭력써클 문제도 심심찮게 기사화되었고요. 공감이 가는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7 18:33   좋아요 1 | URL
첫 번째 댓글을 쓰고 있을 때, ‘야인시대‘가 먼저 생각났어요. 제 중2 시절을 제대로 관통한 드라마였거든요.. ㅎㅎㅎ

sprenown 2017-10-27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맞습니다. 소설에서도 드라마 ‘야인시대‘의 폭력성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