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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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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자유는 최소한의 자유이지만 동시에 최고급의 자유이기도 하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을 쓰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내게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 또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허락돼야 한다. 책을 읽을 자유는 그 모든 조건을 필요로 하기에 ‘어려운 자유’일 수도 있다. - 로쟈 <책을 읽을 자유> 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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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평가단(8기) 인문/사회 분야에서 가장 먼저 받은 책은 로쟈의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이다.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쓴다. 세상엔 로쟈처럼 잘 읽는 이도 있고(그는 잘 쓰기도 한다!), 오웰처럼 잘 쓰는 이도 있다(그는 잘 읽기도 한다!). 이 책에 수록된 ‘어느 서평자의 고백’을 보면 조지 오웰은 1940년 한 해에만 백 권 이상의 서평을 썼다고 한다. 단어수를 따져가며 반복되는 작업과 책에 대한 반응을 날조해야 하는 서평자로서의 회의가 드러나는 글이지만, ‘정치 대 문학 : <걸리버 여행기>에 대하여’ 같은 에세이에서는 서평자로서의 재능도을 유감없이 발휘된다. (물론 <걸리버 여행기>는 그가 여섯 번 이상 읽을 만큼 애착을 가진 책이다) 오웰에게, 그리고 로쟈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는 따로 떨어뜨릴 수 없을 만큼 밀접하다.
하지만, 읽는 행위도 매우 중요하지만 쓰는 행위는 그에 앞선다. 읽기가 존재를 가능하게 한다면 쓰기는 존재를 탄생하게 한다. 물론 잘 읽는 것은 존재를 재탄생시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는 이미 서평을 통해 좋은 책으로 소문이 났기 때문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의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내 스스로(또는 더 많은 우리들이) 쓰는 주체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1984>와 <동물농장>, 조지 오웰을 대표하는 소설이자 문학사의 중요한 작품들이다. 이 두 책은 풍자적이기도 하지만 내러티브가 잘 살아있어 소설가로서의 조지 오웰을 말하는데 손색이 없다. 하지만 두 소설에만 머문다면, 조지 오웰의 다른 면은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한면은 바로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조지 오웰이다. 그는 버바에서 제국경찰 간부로 근무하고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며, 또 빈곤과 가난을 경험하며 온 몸으로 시대에 뛰어들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명제 이후 수천년 간 인류가 매달려온 그 해석적인 의미로서 정치적 인간이었던 셈이다.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에서 이 같은 모습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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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왜 쓰는가’ 79~30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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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기동기적인 이유다. 그 역시 “내가 글을 쓰는 동기가 오로지 공공의식의 발현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듯하다”며 그것이 마지막 인상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동기가 무엇이 되었든, 스스로 쓰고 싶은 것과 말하고 싶은 것이 없다면 그 글은 힘을 잃는다. 조지 오웰의 글에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고 그것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힘은 글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조지 오웰이 지금까지 읽히고 존경받을 수 있는 건, 글을 잘 쓰는 것(기교)과 글을 잘 표현하는 것(사상)이 층위를 이루며 켜켜이 포개져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왜 쓰는가>에 수록된 29편의 에세이는 조지 오웰의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한편 ‘언어를 다루는 재주를 타고나는 사람’으로서의 조지 오웰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