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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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회원의 소개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브로콜리 색을 닮아 콜리라고 이름붙여진 기수 휴머노이드 이야기이다.만들어지는 마지막 과정에서 실수로 학습 휴머노이드 칩이 삽입되어 콜리가 탄생하게 된다.콜리는 5시간 훈련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경기장에 우뚝 서서 하늘과 경기장 외벽 너머로 보이는 나무를 관찰하는데 몰두한다.

P21
다양한 하늘이 존재했지만 콜리는 그중에서도 구름이 선명한 날을 좋아했다.여기서 '좋아했다'는 더 자주,더 오래도록 하늘을 바라봤다는 뜻이다.

요즘 내가 자주,오래도록 바라보는건 누구일까? 무엇일까?
가족과 나무,꽃들 그리고 하늘인거같다.
부쩍 커버린 아이들...힘들어보이는 남편...관매도에서 보고 온 500년된 후박나무...노을지는 하늘...

콜리에게 배정된 말은 흑마로 이름은 투데이였다.한국신기록을 경신하고 1등을 유지하던 투데이가 2등,5등 심지어 9등까지 밀려났다.콜리는 관절이 아파 걷기 힘들어하는 투데이에게 적절한 휴식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이대로는 죽을거 같다고 생각한 콜리는 경기 도중 스스로 낙마한다.

P95
연재는 잠시후 리어카에 전원이 꺼진 콜리를 싣고 채굴에 성공한 광부처럼 승리의 웃음을 가득 띤 얼굴로 등장했다.연재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았다.물론 은혜가 모르는 연재의 행복한 순간은 훨씬 많았을 것이다.은혜는 은혜라서 연재가 행복한 순간을 모르는건 당연했다.연재가 알려주지 않으면 은혜는 알 수 없었으므로.

문득 요즘 딸들과 남편이 무얼 할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내가 알고 있나 생각해본다.말을 안하면 모르는거고 물어봐주고 함께 나눠야하는데 그러지 못한거같다.2박3일간의 휴가를 다녀왔다.날씨도 더웠지만 에어컨튼 방에서 안나가려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였다.결국 굳은 얼굴로 남편과 둘이 산책을 나가고 저녁먹을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좋은 얼굴로 대화 나눴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3%생존율을 포기하지않고 보경을 구한 소방관 아빠,은행원이었다가 휴머노이드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엄마 보경,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언니 은혜,콜리를 고친 연재...이들의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펼쳐진다.우리가 살면서 놓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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