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전집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삶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해서 책을 접하기 전에 먼저 지은이에 대해 주워들은 게 많았다. 그때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삶을 살다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은 뒤에는 아쉬움이 더 커져갔다. 좀더 평탄하게 살면서 더 많은 작품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근데 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의 삶 어느 부분이 조금만 달라졌다면 이 책은 아예 없었을지도 모르니까.  

지은이가 살던 시대에 여자는 도서관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다. 도서관 출입만 그랬겠는가. 생각보다 최근까지 여성은 정치에서도 제외되는 존재였으니 말 다했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걸 스스로 인식했을 때의 절망이란 또 얼마나 클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게 행복한 것은 절대 아닐 게다. 나를 인지하고,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그래서 대충 눈감고 지나가고픈 것도 많은 게 세상살이니까. 하지만 지은이의 말처럼 '다른 무엇이 되기 보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나는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나 자신을 포기한 적이 없었는가. 대답하기 쉽지 않은, 머리 아픈 질문이다. 그렇지만  눈을 흐리고 정신줄을 놓게 하는 것들이 많은 세상에서, 아직 살 날이 많은 내가 꼭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별없는 세대 (구) 문지 스펙트럼 16
볼프강 보르헤르트 지음, 김주연 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폭력이 지배하는 시대에 희망을 보기란 쉽지 않다. 섣부른 희망이 오히려 절망을 부른다고 하여, 더욱더 냉소로 무장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 몸 건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허울뿐인 민주주의지만, 그래도 전쟁이나 독재를 체험하지 않은 나에 보르헤르트의 글은 긴 여운을 남겼다. 지금 나는, 일상의 폭력 앞에서도 자주 절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 스스로를 격려해주고는 있지만. 

저자는 전쟁과 독재의 시대, 갖은 혐의로 죽음을 앞두기도 했지만 여전히 옳지 않은 일에 대항하고 싸웠으며, 그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연민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는 절망적인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결말에서도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그가 보여주는 희망은 밤하늘 별빛 같다. 아주 작은 빛이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왜 이리 없을까 의아스러울 만큼 보르헤르트의 작품집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기에 이 책은 더욱 소중하다. 잘은 모르지만, 번역도 어색하지 않게 잘 된 것 같다. 전에 보르헤르트의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을 샀다가 정말 거지같은; 번역에 화가 나서 환불했는데, 그런 불쾌함 없이 잘 읽혔다. 문학과지성사에서 그의 다른 작품을 더 소개해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데, 이 책을 산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소식이 없다는 게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4
권교정 지음 / 길찾기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늘의 신간을 클릭했다가 이미지도 업로드 되지 않은 4권을 보고, 작가 이름부터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내가 아는 그 디오티마 4권이다! 이게 왠일이래!  

4권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불행해질 것'이라 직감하면서도 나머 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지온이었다. 과거에 자신에게 상처준 이의 변한 모습에 놀라면서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시 시간의 힘인걸까. 그런데 그 시간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어떨까? 

아직 이 만화의 전체가 내 눈에 그려지지 않는다. 그 끝이 어찌될지 잘 모르겠다. 생각지 못한 놀라운 결말일 수도 있고, 어쩌면 조금 맥이 빠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그저 한 만화가가 펼쳐 놓은 세계를 실컷 즐기는 중이다.  

 과거에서 이어지는 먼 미래의 우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와 그리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게 다가서기 위해 용기를 내고, 꿈꾸는 무언가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실수 때문에 괴로워하고 알 수 없는 마음으로 복잡해하다가도 맛있는 밥에 울고 웃는다! 나머 준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우주선 안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도 정말 매력적이다. 그러기 쉽지 않은 일인 건 알지만, 만화든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잠깐 나오는 인물들에게도 개성을 부여할 줄 아는 창작자가 좋다.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옳다;  

먼 미래나 지금이나 먼 과거나, 사람은 그리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그 삶이 여전히 매력적인 건, 나도 별 수 없는 사람이고 유한한 생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우주선 속에서 복닥복닥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앞으로도 계속 엿보고 싶고, 유한성을 극복한(혹은 상실한) 나머 준의 앞으로가 궁금하다. 물론 제일 궁금한 건 지오는 연애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