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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4
권교정 지음 / 길찾기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늘의 신간을 클릭했다가 이미지도 업로드 되지 않은 4권을 보고, 작가 이름부터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내가 아는 그 디오티마 4권이다! 이게 왠일이래!
4권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불행해질 것'이라 직감하면서도 나머 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지온이었다. 과거에 자신에게 상처준 이의 변한 모습에 놀라면서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시 시간의 힘인걸까. 그런데 그 시간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어떨까?
아직 이 만화의 전체가 내 눈에 그려지지 않는다. 그 끝이 어찌될지 잘 모르겠다. 생각지 못한 놀라운 결말일 수도 있고, 어쩌면 조금 맥이 빠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그저 한 만화가가 펼쳐 놓은 세계를 실컷 즐기는 중이다.
과거에서 이어지는 먼 미래의 우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와 그리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게 다가서기 위해 용기를 내고, 꿈꾸는 무언가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실수 때문에 괴로워하고 알 수 없는 마음으로 복잡해하다가도 맛있는 밥에 울고 웃는다! 나머 준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우주선 안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도 정말 매력적이다. 그러기 쉽지 않은 일인 건 알지만, 만화든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잠깐 나오는 인물들에게도 개성을 부여할 줄 아는 창작자가 좋다.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옳다;
먼 미래나 지금이나 먼 과거나, 사람은 그리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그 삶이 여전히 매력적인 건, 나도 별 수 없는 사람이고 유한한 생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우주선 속에서 복닥복닥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앞으로도 계속 엿보고 싶고, 유한성을 극복한(혹은 상실한) 나머 준의 앞으로가 궁금하다. 물론 제일 궁금한 건 지오는 연애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