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없는 세대 문지 스펙트럼 16
볼프강 보르헤르트 지음, 김주연 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폭력이 지배하는 시대에 희망을 보기란 쉽지 않다. 섣부른 희망이 오히려 절망을 부른다고 하여, 더욱더 냉소로 무장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 몸 건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허울뿐인 민주주의지만, 그래도 전쟁이나 독재를 체험하지 않은 나에 보르헤르트의 글은 긴 여운을 남겼다. 지금 나는, 일상의 폭력 앞에서도 자주 절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 스스로를 격려해주고는 있지만. 

저자는 전쟁과 독재의 시대, 갖은 혐의로 죽음을 앞두기도 했지만 여전히 옳지 않은 일에 대항하고 싸웠으며, 그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연민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는 절망적인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결말에서도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그가 보여주는 희망은 밤하늘 별빛 같다. 아주 작은 빛이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왜 이리 없을까 의아스러울 만큼 보르헤르트의 작품집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기에 이 책은 더욱 소중하다. 잘은 모르지만, 번역도 어색하지 않게 잘 된 것 같다. 전에 보르헤르트의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을 샀다가 정말 거지같은; 번역에 화가 나서 환불했는데, 그런 불쾌함 없이 잘 읽혔다. 문학과지성사에서 그의 다른 작품을 더 소개해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데, 이 책을 산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소식이 없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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