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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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누가 물었을 때 잘 안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쓰고 있는 나 역시 자신이 없다. 이곳에 나고 자랐고, 그래서 한국어를 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의문을 키워주지 못하는 교육을 받았다는 점도 한몫을 했을 테고. 

국밥 시리즈 3편 <국어독립만세>의 여는 글 제목은 '물을 의식하는 물고기'다. 물고기는 자신이 물속에 산다는 사실을 지각하지 못한다. 자동화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어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하다. 그래서 한국어와 거리를 두고 살펴보자는 책이다. 그 작업의 시작, 국밥 시리즈의 시작이 바로 이 책이다. 별생각 없이 쓰는 낱말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지, 그것을 인지했을 때 그 쓰임이 얼마나 다채로워지는지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진행되는 설명은 자세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친절한 선생님 같다고 할까. 

당연시했던 것을 낯설게 보고 다시 생각해보는 태도는 살아감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호기심과 탐구력이 있다. 그것이 발현되었을 때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공부란 말이 성적과 직결되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역시, 무언가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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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쉽게 찾기 호주머니 속의 자연
이대암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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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대문에 앉으면 바로 앞에 마당이, 그 앞에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 그 앞에는 앞집 텃밭이 그 너머에는 자동차와 사람이 섞여 오가는 큰 길이, 그 너머에는 푸른 논이, 그 너머에는 시내의 아파트가 작게 보이고, 더 멀리에는 수묵화 선처럼 흐릿하게 높은 산들이 있다. 고개를 조금만 들면 넓고 푸른 하늘이 보인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멀리 있어 가끔 찾아가는 지금도, 그곳에 앉아 낮의 하늘과 별이 뜬 밤하늘 보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 종종걸음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국민학교 등교길을 오갈 때도, 버스를 타고 타녔던 고등학생 시절에도 낮과 밤의 차이였을 뿐 고개를 들면 언제나 넓은 하늘이 내 눈 앞에 있었고 그게 참 좋았다. 하늘과 구름 사진을 열심히 찍는 내 모습은 이런 과거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낮과 밤의 하늘 모두 좋아하지만, 구름이 있는 하늘 사진을 찍는 것은 참 재미있다. 언제나 흐르고 있는 구름은, 그래서 한시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솜처럼 하얗다가도 거무죽죽, 거인처럼 거대하다가도 새털처럼 변하고, 황금빛으로 물들다가도 붉은 노을에 발갛게 물드는 구름은 꼭 어린아이 같다. 그 생기넘치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이 책을 보았을 때 두근두근 설렜다. 구름이 도감으로 나오리라고 생각을 못했으니까. 물론 식물, 동물, 곤충 등 다른 도감처럼 분류가 정확하게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체계가 잡히도록 정리를 해놓았다. 사진들도 깨끗하다.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내가 찍은 사진들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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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 긴 여행의 시작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노래 / 파스텔뮤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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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길에서 얻은 자유도 갑자기 밀려오는 외로움을 막아주지 못할 때가 있다. 누군가와 함께했던 때가 있다면 더 그럴게다. 이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 이른 아침 홀로 숲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상쾌하지만 조금 쓸쓸해지는. 믿을 수 없어 현실을 부정하고 아파하다가 점점 익숙해져 담담해졌던 내 모습이 노래들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얼마를 사랑해야 진심으로 사랑한다, 사랑했다 말할 수 있을까? 살아가는 일은, 아직 벅찰 정도로 물음표인 일이 너무 많다'는 마지막곡 '환절기'를 들었을 때는 눈물이 났던 것도 같다. 올곧게 헤어짐 이후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려나. 가수의 첫 앨범 전체곡을 이렇게 공감하며 들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다음 앨범이 무척 기다려진다. 무엇을 노래할지 기대가 된다. '환절기'를 거쳐 '긴 여행의 시작'에 들어간 그의 다음 이야기는 어떤 것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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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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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낚았습니다'라는 말과 뒤이은 푸른빛 도자기 사진이 준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일본 오사카에 있다는 그 도자기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겠다는 작은 목표를 갖게 해준 한편의 웹툰은 구구절절 설명 가득한 어느 책보다 깊은 향기가 났다. 

네이버에 연재되던 시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 본 사람은 계속 보게 했던 이 작품의 매력은 달항아리 같은 은근하고 여유로운 맛일게다. 리움에서 본 커다란 달항아리는 친근하면서도 설레게 하는 오랜 친구 같았다. 매끈하지 않은 엉성함이 마음을 편하게 했고 화려하지 않은 장식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여유를 느끼게 했다. 도자기에 대한 책들 중 가장 적은 텍스트를 가졌을 이 책도 그러한 느낌이다. 치밀한 고증이나 화려한 수사는 없지만 몇 컷의 손그림과 대사는 그 어느 작품보다 마음에 와닿고 오래도록 기억된다. 

내가 도자기에 대해 배웠던 강의나 스스로 읽었던 어느 책들도 이렇게 현실감 있고 생생하게 도자기의 향취를 느끼게 해준 것은 없었다. 작가가 겪은 일상 속의 소소한 에피소드나 나름의 생각들이 옛도자기와 만나 엮어낸 이야기들은 책에서 본 도자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며, 그 너머에 있는 다른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게 한다. 이 책을 보고 국립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그곳에 혼자 앉아 느꼈던 행복은 그 전에 느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전통문화를 접근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무 한 방향으로, 그것도 재미없는 쪽으로 치우친게 아닐까. 그런 결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사회 전반적으로 낮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에야 과거지만 한때는 우리처럼 두근대는 심장으로 살았을 사람들의 삶은 교과서 속, 박물관 속에서 멈춘, 죽은 이야기가 되고만 것이다.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면서도 지은이가 그린 만화를 보여주자 탐탁치 않은 표정을 보였다는 교수들의 모습은 그러한 현실을 만든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상력에 채운 자물쇠를 풀어준다면, 발상의 자유를 허락한다면, 알기 전에 먼저 즐길 수 있게 해준다면, 고루하다 여겼던 전통문화 역시 새로운 재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무나 좋아하는 책인데 별 하나를 뺀 것은, 작품에 비해 사진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좀더 신경썼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세로로 길었던 웹툰이 몇 페이지로 분절되어 스크롤을 내리면 보았던 맛과는 좀 다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따뜻함과 향기는 변하지 않았다. 재미와 감동 역시 그대로다. 아직 젊은 지은이가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 애니북스에서 또 한편을 준비한다고 하고, 듣자하니 불교관련 책에 들어갈 그림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어떤 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아직 알 수 없으나 그걸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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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도감 - 캠핑과 야외생활의 모든 것
사토우치 아이 지음, 김창원 옮김, 마츠오카 다츠히데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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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메인에 이 책이 떴을 때 깜짝 놀랐다. 어린 시절, 엄마와 친한 선생님 집에는 책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을 며칠 동안 정말 열심히 읽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가끔 생각이 났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책이 알라딘에 나타난 것이다.  

어린 나에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간단한 도구로 사막에서 물을 얻는 방법과 눈사태가 났을 때의 대처방법이었다. 사막과 눈 덮인 산에 가고 싶었던걸까. 그 부분은 삽화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책을 받고 다시 보았을 때는 웃음이 나왔다.  

표지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크기는 좀 작아진 것 같다. 하도 어릴 적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판형이 조금 더 크고 두께도 더했던 것 같은데, 그림이 작아지고 종이도 얇아진 것일까. 아니면 그때 내가 너무 작아서 크게만 보였던 것일까. 어찌되었든 책 내용은 옛날 그대로 알차다. '캠핑과 야외생활의 모든 것'이라는 소제목답게 지금 당장 산 속에 들어가서 살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이고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책을 쓴 지은이가 대단해 보인다.

그러고보니 '모험도감'은 어린 나를 큰 갈등에 빠지게 했다. 책이라면 다 좋았지만 세계명작이나 고전 같은 동화책 사이에서 산으로 들로 모험을 떠나자는 이 책은 특히 얼마나 반짝거렸는지. 내가 사는 시골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서 몰래 가져오고 싶어 며칠 잠도 설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다 다시 만난 친구처럼 더욱 반갑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두근거린다. 이 책을 두고 혼자서 심각하게 고민했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떠올리며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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