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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10 - 완결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슬플 땐 힙합을 추는 현겸이의 등장으로 당시 여중고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만화가 천계영. 하지만 현겸이는 그뒤 나올 <오디션>의 예고편이었던 것 같다. 엄청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인기를 얻은 오디션은 10권을 마지막으로 4년 간의 연재가 끝이 났다. 작품 후반기 작가의 건강문제로 지연이 되기도 했지만, 성실하고 충실하게 끝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열 권의 분량으로. 내가 고1 되던 해 3월에 첫 권이, 스무살 12월에 끝권이 나왔으니, 비유가 아니라 정말 내 십대 마지막을 함께한 만화다. 출간될 때마다 용돈 쪼개서 산 한 권 한 권에 보이는 내 코멘트ㅋㅋ부터 돌려본 친구들의 한마디와 그림들이 지금도 나를 웃게 한다.
시골집에서 그 앞 소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닌 나에게 그 시절은, 너무나 즐거웠고 재미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희로애락 가운데 희와 락이 가장 크게 자리한 시절. 수학과 물리는 왕따 시키면서 좋아하는 공부도 실컷 했고, 좋아하는 책에 푹 빠지고, 좋아하는 축구도 실컷 봤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에도 푹 빠졌고, 남들 가수 좋아할 때 성우팬질도 했고, 오래된 흑백영화의 매력에 눈떠 친구와 날밤새기도 했고, 용돈 쪼개서 씨네21을 사보며 공부까지 했던... 밤새서 공부도 하는 날과 야간자율학습 도망다니다 벌 서는 날이 공존했던, 마음 터놓을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정말 하고 싶은 대로 공부하고 놀았던 행복한 고등학생이었다. 물론 집안형편 때문에 수학여행에 가지 못하는 나에게 미안해하는 엄마 앞에서 씩씩하게 웃었지만 뒤돌아 살짝 울기도 했고, 친구들의 집안사를 알게 되면서 함께 우는 것밖에 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슬프기도 했고, 사립학교의 비리에 대해 눈을 뜨며 충격먹기도 하는 등 노와 애 역시 늘 함께 했었다. 그래도 그 시절 나는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더 많고, 착하게 사는 게 결국 행복한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여 모두가 행복해지는 오디션의 결말이 나에게는 참 만족스러웠다. 만화가 천계영 씨는 참 마음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 만화는 나에게 타임캡슐과 같다. 가장 즐겁고 빛났던 시간의 덩어리가 녹아 있어, 언제 펼쳐도 그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세상은 소수의 착한 사람이 싸워서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착하게만 살다가 뒤통수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하는 지금의 나는 확실히 사회에 찌든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소박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착하게 사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 믿는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런 때이기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말한 이 만화가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힘이 들 때 그 시절의 일기를 읽고, 다이어리를 보고, 만화와 책을 꺼내드는 건 힘을 얻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가장 많이 웃었던, 가장 꿈 많았던 시절에 믿었던 것을, 어려서 그랬던 거야.. 하며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 시절의 나에게 부끄러워지기는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