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Nell) - 4집 Separation Anxiety
넬 (Ne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GMF 첫날 마지막으로 본 넬의 컴백(!) 무대는 정말 굉장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 음악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빨려들어갈 듯한 김종완의 목소리와 악기들의 어울림은, 넬을 거의 모르는 동생까지 푹 젖어들게 했다. 넬의 음악은 다 좋아하고 나름의 기억이 스며 있는데, 그 가운데 풋풋함으로 다가오는 추억이 있다.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된 moonlight punch romance! 앨범이 출시되고 얼마 뒤에 자전거를 샀다. 어릴 적 고향에서 오랫동안 타왔고 논길에서 자전거 타는 걸 무척 좋아하는 내가 서울에서 처음 산 자전거. 오렌지빛에 하얀색 바구니가 달린 그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삼 개월 할부로 산 새 자전거를 타고서 아침 저녁 동네 옆에 있는 공원을 가로질러 지하철 역으로 갔더랬다. 봄날 아무도 없는 맑고 싱그러운 공원의 아침공기는 너무나 신선하고 기분 좋았고, 퇴근 뒤 벚나무가 양 옆으로 심긴 길을 타고 오는 그 시간도 언제나 두근두근 했다. 그 길을 따라 들었던 노래, moonlight punch romance. '아련한 달빛의 노래'라는 노랫말이 정말 딱 맞을 정도로 그 길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자리에 그 달빛이 있었다. 아련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반짝임. 때때로 그 길에서 눈물을 삼키기도 했지만, 그 달빛과 이 노래가 위안이 되었다. 그 즐겁고 설렜던 출퇴근길은 자전거가 사라지면서 끝이 났다. 아직 할부도 끝나지 않았는데ㅜㅡㅜ 부서진 자물쇠를 보고 자전거보관대를 세 번을 돌고 난 뒤에야 현실을 받아들이고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도 이 노래를 들었을 거다. 그날 달빛은 더 아련했던 것 같은 건 기억이 미화되었기 때문일까. 벌써 삼 년이 넘은 그 기억. 찾지 못한 자전거처럼 그 시간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래도, 그 자전거가, 그 시간이, 그 길이 이제는 내 곁을 영영 떠났지만 그럼에도, 뒤돌아보면 미소 짓게 되는 발자국이 남아 있다는 게 그래도 나는 기쁘다. 그때의 내가 이만큼이나 멀어졌지만 웃을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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