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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라면을 먹을 때 ㅣ 모두가 친구 12
하세가와 요시후미 지음, 장지현 옮김 / 고래이야기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 몇 달 동안 함께 책 읽기(라 쓰고 청소년과 놀기라 읽는다)를 하는 중고딩들. 성격도 취향도 당연히 제각각이지만 그림책을 읽을 때만은 다들 한뜻으로 좋아한다. 텍스트가 적다는(!) 점과 그림이 크다는(!) 점이 좋다고 했는데, 사실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그림책의 힘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몇 줄의 글과 그림만으로 다양한 빛깔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 작은 물방울 하나가 호수에 길고 긴 파문을 일으키듯, 꿈과 고민과 일상과 미래를 먹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가슴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간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나와 가까운 사람부터 아주 멀리 있어 본 적은커녕 살아 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이 책은 동시다발적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현실을 그리며 긴 여운을 남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북카페에 있던 나와 일곱 명의 청소년, 한 명의 어린이는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가슴을 스쳐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