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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9
윌리엄 스타이그 / 비룡소 / 1995년 11월
평점 :
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치과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충치가 x개나 나왔기 때문. 치과에는 얼마만에 오는 거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 하고 한참을 생각하다 정말 오랜만에 오기는 했구나 싶었다. 다행히 신경치료까지 받는 일은 없었지만 결국 며칠 치료를 받았는데, 어라? 생각만큼 아프지 않아서 놀랐다. 내 기억 속에서 치과에 가는 일이란 제단에 제물로 받쳐지는 일과 동일했는데, 내가 정말 나이를 많이 먹기는 했구나 싶어 만감이 교차했다. 알고 보니 선생님이 유난히 조심스레 치료를 해서 더 아픔이 없던 것도 있었다. 치료를 하며 이 책을 떠올렸다. 어릴 적 나는 치과도 싫었지만 치과 의사도 싫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알고 보면 드소토 선생님처럼 좋은 분도 많은데 공포는 역시 두 눈을 가리기에 충분하다. 어린 시절이니 더더욱. 사나운 짐승을 제외하고 온몸을 바쳐 치료해주는 드소토 선생님이 말처럼 큰 동물을 치료하는 장면들도 재미있지만, 역시 늑대와의 실랑이 속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웃음이 나온다. 아픔 너머에 해방이 있다는 걸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치과에 가기 정말 무서워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두려움이 가시는 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래만에 간 치과에서 지갑의 출혈은 너무나 컸지만, 이제라도 이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늦은 다짐을 해본다. 이 치료는 정말 제때 해야 한다는 생뚱맞은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