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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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리 촘촘하고 사실적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을 그려낼 수 있을까. 이 분의 글을 좋아하는 건 뒤로 물러서지 않는 뚝심 때문이다. 보면서 괴로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괴로움조차 참아내지 못한다면 내 눈은 과연 어떤 현실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마음 다잡고 읽었지만 <유랑가족>은 너무나 아프다. 퍼즐을 맞추듯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 스산한 삶이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어갈 때마다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완벽하게 나쁜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 가슴에 상처를 품고 살기 위해 버둥거릴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한데 모였을 때, 아무런 바람막이가 없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땐 진심이 아님에도 서로에게 또 다른 걸림돌이 된다. 아픔이 된다. 그러니 누굴 모든 것의 원인인냥 마녀 사냥을 한다 해도 아픔은 줄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상처받은 약한 영혼이기에. 바람막이가 되어야 할 사회의 부재, 이것은 너무나 오래된 문제지만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손을 내밀어 연대하는 것밖에는. 참 한숨 나오고 위로 안 되는 말이지만, 결국 그것밖에 없다.  

지금 세상은 너무도 급박하게, 그것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비정하게 돌아간다. 문학이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 속에서 가만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자의 글을 앞으로도 쭉 보고 싶다. 눈앞의 현실을 피하지 않는 이 분의 글이 참, 너무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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