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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김홍도를 좋아하고 오주석 선생님의 글을 좋아한다. 이 책은 두 분에 대한 애정을 더욱 불태우게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김홍도를 향한 오주석 선생님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좋아하니까 알고 싶은 궁금증으로 얼마나 긴 시간 또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아보셨을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김홍도에 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시라. 그 분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실이 집약되어 있다.
사실뿐이랴. 김홍도의 행적을 찾아나가며 그림들을 연구해간 오주석 선생님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결국 바람처럼 사라진 이 천재 화가의 마음을 알아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선조대 풍운아 허균이 고사 속 인물들을 불러 친구해야겠다 읊었던 시가 생각이 났다. 비록 백 년이 훨씬 넘는 시간의 강을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오주석 선생님에게 김홍도는 좋은 스승이자 벗이었을 테고, 김홍도의 그림은 그 분으로 인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김홍도의 그림, 오주석 선생님의 글만큼이나 감동적인 대목이다. 진정함이란 시공간을 초월하는 법이다.
이 분의 책을 읽을 때마다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더 많은 글을, 그 분의 목소리로 더 많은 우리 그림을 읽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김홍도를 좋아한다면 강세황과 정조대왕와 이인문 등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인문에 대해 쓴 논문을 책으로 펼친 선생님은 정조대왕과 강세황에 대해서도 남다른 사랑을 내보이셨다. 아니, 우리 문화의 황금기였던 정조 치하의 진경 시대에 대한 사랑을. 그 시대 정조대왕을 비롯 많은 화가들과 그들의 그림을 선생님의 글로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늘 머리 한 구석에서 맴돈다. 가슴 아프다.
그 시대 걸작이라 말했던 김홍도의 작품은 물론 그가 생전 그린 그림의 거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말 그대로 구우일모. 그가 현감으로 있던 연풍의 건물은 한국전쟁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 등 그 이후로도 바람 잘날 없는 우리 역사 속에서 그나마 300점이라도 남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새삼 예술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역사의 아픔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남은 것에 대해서라도 잘 알고 보존하며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문화를 지키는 일이고, 오주석 선생님의 글을 읽은 독자로서 그 분의 글에 보답하는 길일 터다. 이건 김홍도에 대해서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