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5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의 어린시절을 뒤돌아보면, 인공식품은 손에도 대지 않고 살았던 순간이 존재한다. 들에서 냉이 캐고, 산에서 고사리 꺾고, 아카시아 꿀 먹고,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 많은 들풀, 들꽃들을 먹었더랬다. 집 앞 작은 밭에서 당근이랑 무 캐먹은 기억도 나고ㅋㅋㅋ 내 중학교 친구들도 이 말을 듣고 많이 놀랐던 걸 봐선, 확실히 내 어린 시절이 평범하진 않았다는 걸 느낀다. 일명 들강아지 시절, 산으로 들로 강으로 맘껏 뛰어다니고 뒹굴며 놀았던 때. 이제는 웬만한 시골에서도 그리 살기는 힘들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이 그 시절이다. 나에게는 별스럽지 않았던 때인데, 남들이 들으면 무슨 박물관 유물 이야기를 듣듯 신기해한다. 이 책이 나왔을 때도 그런 반응이지 않았을까? 음식을 준비하는데 재로가 밭에서 뜯은 채소, 창고에서 몇 개월 묵혀둔 직접 만든 주스 등 요즘 생활에서는 찾기 힘든 것이므로. 소박하기도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말자. 작가가 사는 곳과 우리가 사는 곳은 많이 다른 환경이니까 우리는 우리 대로 소박한 삶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2부의 소박한 음식 만들기에서 따라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가지는 도전할 수 있었다. 그걸 보고 나니 우리나라 나물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엄마와 할머니한테 여쭤볼 수도 있고, 책을 찾아볼 수도 있고 방법은 많다. 

음식만들기보다 분량은 적지만 나는 1부의 내용이 더 흥미로웠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 요리하는 태도에서 공감가는 것이 많아서 더 좋았다. 소로우의 말을 빌린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소로우는 말하지 않았떤가. 단촐하게 하라. 욕구를 절제하면 짐이 가벼워질 것이다. 잔치하듯 먹지 말고 금식하듯 먹으라.' 또 요리는 하나의 모험이므로 꽉 짜여진 조리법을 따르지 말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해보라는 대목도 좋았다. 이건 자취하면 자연히 하게 되는 방법인데, 때론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요리가 탄생하기도 한다.  

책을 보는 내내 내 식단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솔직히 지금 당장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삼겹살과 치킨을 줄일 수는 있어도 끊을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으므로. 하지만 내 식탐을 줄이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박하기 힘들다고 세상을 탓하지 말고 내 뱃속부터 소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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