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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총 2 ㅣ 팝툰 컬렉션 6
한혜연 글.그림 / 팝툰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만화가 한혜연을 검색하면 이 작품 빼고는 다 절판/품절이다. 작품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만화가들이 살기 힘든 건 아는데 그래도 슬픈 건 슬픈 거다. 그림은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확실히 있는데 이런 대접이라니ㅠㅜ
한혜연은 심리묘사에 뛰어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은 어느 장르에나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그녀가 순정만이 아니라 공포물과 형사물에도 능한 것도, 작가의 개인적인 관심 외에도 그런 재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나온 작품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후르츠 칵테일>이다. 과일 연작 시리즈 연재된 작품을 모은 것인데, 그 가운데 과일이 아닌 토마토가 속해 있다. '토마토' 편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성전환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보다도 친했던 남동생이 어느 날 여자가 되었다. 그로 인한 주인공들의 갈등은 참으로 공감이 갔다. 남동생이 있기 때문에 더 감정이입을 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토마토 주스보다는 흐릴지 모른다'라는 주인공 누나의 독백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피를 나눈 가족일지라도, 나와 다른 한 인간으로 마주하고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늘 함께하는 가족이기에 그 일은 더 쉽지 않다. 파격적인 소재였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인 단편이 된 것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작품에 깃든 인간에 대한 애정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애총>은 더욱 기대가 크다. 오랜만의 장편이기에 그렇고, 그간의 단편과 장편으로 보여준 공포와 수사물에서의 재능도 그렇고,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도 그렇고. 긴장감은 지금도 충분하다. 힘내라 한혜연! 당신 때문에 팝툰 정기구독 신청했다. 단행본도 나오는대로 사고 있다. 다른 작품 안 나오냐고 독촉하지 않겠다. '오후'에 연재된 단편은 안 나오는 거냐고 묻지도 않겠다. 그러니 지금처럼 열심히 만화 그려 주시길. 당신의 작품을 늘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