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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4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맛있는 식당을 발견하시면 꼭 가족을 데리고 가시는 우리 아빠. 오토바이로 전국을 다니시며 발로 찾은 맛집을 많이 알고 계신 아빠는, 맛있는 집일수록 겉모습은 허름하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다. 그간 경험으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이 만화를 보면 아빠 생각이 난다. 집 앞에 있다면 꼭 함께 가고픈 식당이다. 속표지에 보이는 식당 외관도 허름하니 아빠도 좋아하시겠지.
한적한 뒷골목에 위치한 이 식당은 심야식당이라는 이름답게 늦은 밤에만 문을 연다. 하지만 정해진 메뉴 외에도 재료만 있다면 무엇을 주문하든 만들어주는 친절한 식당이다. 인상은 조금 험하지만 마스터는 음식솜씨도 좋고,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뒷골목에 있는 식당답게 여러 손님이 찾아온다. 스트리퍼와 그 단골손님, 호스티스와 야쿠자는 물론 소심한 회사원, 싸움 잘하는 부부, 늘 다이어트 중인 여자에 왕년의 아이돌스타, 조연전문배우 등등등. 하지만 이들 모두 어딘가 마음 둘 곳이 필요한 외로운 도시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풀어내는 사연은 소개되는 음식 가짓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임에도 아직 마스터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왼쪽 눈의 흉터를 보아서는 무언가 깊은 사연이 있음직한데, 작가는 아직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만화 속에서 주인공은 마치 무성영화의 변사 같다. 손님이 풀어내는 사연에 추임새를 넣고 독자를 위해 설명을 곁들이는. 주인공이 힘을 빼고 있는 덕분인지, 단골손님들과 잠깐 보이고 나오지 않는 손님들의 이야기도 생동감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질리지 않는 집밥 같다고 할까. 언제 먹어도 맛있는 그 밥처럼, 언제 봐도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