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은 절집 -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
심인보 글 사진 / 지안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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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에 끌려 구매한 뒤로, 책에 소개된 절들을 찾아다녔다. 때론 친구와, 때론 혼자서 다닌 그 길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내 마음 한 구석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이른 봄 아침 일찍 찾아갔던 선암사에서 반짝이는 봄햇살을 배경삼아 흩날리던 꽃잎은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고, 밤기차를 타고 찾아간 화엄사에서는 구층암 모과나무 기둥에 기대 살짝 잠이 들었던 기억은 내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내소사 전나무 길은 내 숨소리까지 푸르게 만들며 오래도록 그곳에 머물고 싶게 했다. 그리고 등등.. 처음에 다녔던 절들이 나에게는 좋은 기억만 남겨주었는데, 알고 보니 사람 적은 추운 날과 이른 아침에 다녀와서 그런 것 같다. 절 앞의 상행위, 큰 절들의 보수공사, 입장료 실랑이 등 큰 절집들은 너무 유명해져서인지 크고 작은 잡음들이 들려온다. 정말 안타깝다. 

 최근에 다녀온 곳은 해남의 달마산 미황사였다. 나의 약함과 어리석음이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했던 때, 도망치듯 찾아간 곳이 내륙의 끝. 그곳에 가면 무슨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찾아간 길. 그 전에 갔던 절들과 달리 관광객도 많지 않아 정말 조용한 그곳에서 며칠 머물며 오래도록 일출을 바라봤다. 상황은 변한 게 없는데, 내 마음은 참 많이 달라진 게 신기했다. 지은이의 말처럼, 끝이 생각했는데 돌아서니 시작이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절집 안내서가 된 이 책이 나에게는 참 소중하다. 아직 못가본 곳이 많다. 책에 소개되지 않은 절집은 훨씬 많다. 올해가 가기 전 친구와 한 곳에 다녀오기로 했다. 가슴은 뛰는데 마음은 편해진다. 말 그대로, 곱게 늙은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뵈러 가는 기분이다.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여행서가 되겠지. 그런 책들은 책에서만 끝나면 안 된다. 직접 가서 봐야한다. 하늘을 담기에 사진은 너무 작다. 아무리 좋은 글도 공기까지 담아내지는 못한다. 자기 눈으로, 자기 마음으로 직접 경험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절집은 방문하는 사람이 적은 조용한 시간에, 천천히 시간을 들여 다녀오시길. 같은 절이라도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전혀 다른 곳처럼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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