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팔기는 싫으니 대신 남은 수명과 거래해서 궁금한 것들을 해소할 수 있다면 얼마나 팔 수 있을까. 절대적인 존재가 나타가 그런 거래에 응해 준다면 몇 년 며칠 몇 시간까지 넘길 수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하던 십 년도 더 전의 내가 닥터후를 보고 뿅 간 건 당연했다. 타디스라는 만능 우주선을 타고(심지어 이쁨)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닥터의 이야기는 어설픈 cg를 넘어갈 만큼 매력적이었다. 거기다 배우 교체까지 재생성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설정으로 영리하게 넘어가서 더 빠져든듯. 물론 보다 보면 다 영국타ㅋ령ㅋ이라 거북할 때도 있었는데 서양인의 무ㅋ식ㅋ으로 생각하며 넘어갔던 내게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의 9대 닥터와 데이비트 테넌트의 10대 닥터, 그들의 컴패니언 로즈, 마사, 도나가 만들어낸 러셀후는 꽤나 애특했다. 드라마 셜록을 대표작으로 9대 10대 닥터후 개별 에피를 감독했던 모팻의 11대 닥터로는 결국 넘어가지 못했던 것을 보면. 
5주년 에피소드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그것도 그 때문이었을까. 60주년은 러셀이 감독한다고 했지만 큰 기대는 없었는데 젤 웃으면서 봤던 컴패니언 도나가 나와서 너무너무 반가웠다. 물론 늘 그렇듯 끝은 눈물이었지만. 아무튼  그들의 이야기를 처음 보았을 때 내게는 중력보다 강력한 건 없어서 타디스 정도면 쉽게 뚫고 나갈 수 있었는데, 그 사이 그걸로도 불가능한 강력한 존재가 생겼다. 딸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 문득, 나는 이제 타디스에 타고 싶어도 못 타겠군 하며 혼자 작별 인사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 결말을 보며 나도 닥터도 도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싶으면서도 미소가 지어지며 정말로 안녕을 고하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행복했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계속 나아가길. 여기서 끝이지만 또 끝은 아닌, 남은 삶이라는 또다른 모험을 향해. 알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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