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람을 찾으라 - 홀로 세상에서 깊고 친밀한 관계로
제니 앨런 지음, 이석열 옮김 / 두란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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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人間’이라는 한자어 표현에도 나와 있듯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가장 핵심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이 앓고 있는 가장 큰 질환도 바로 이 관계 맺기에 실패함에서 비롯된다. 제니 앨런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전작 『당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라』를 통해 인간 내부의 ‘생각’을 점검할 것을 제안했는데, 『당신의 사람을 찾으라』에서는 외부적 요소인 ‘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 책 역시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개인이 취해야 할 태도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이전작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단지 개인의 생각과 태도를 취함을 넘어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친밀한 관계 맺기’에 나섬으로서 외로움이라는 문제에 맞설 것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이 외로움이라는 현대인의 지독한 문제가 인류 역사에서 발을 딛기 시작한 것이 산업 혁명기 이후인 아주 최근의 일이며, 현대인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사실은 아주 예외적인 삶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동체의 형성과 누림이 오늘날에는 잘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사회가 구조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의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이를 실천하기를 요구하며 제안하는 저자 역시 이 외로움의 문제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음을 이 책에서는 고백하고 있다. 본인이 뼈저리게 겪은 아픔이기 때문에 이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더욱 공동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회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이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 책의 표현대로 현대 사회에서 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사람은 더 많은 자원이 생길수록 더 많은 벽을 쌓게 되요. 그리고 더 많이 외로워져요.” (73쪽)

이는 비단 미국 사회만을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자본을 소유하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상은 더 외로움을 가중시킬 뿐이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만이 이 공동체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천국이 이 완성된 공동체의 모델임에는 분명하다고 힘 주어 말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는 50명 이내의 소규모 공동체임을 말하면서, 이러한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로 5가지를 제시한다.

• 근접성 : 관계를 구축하려면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 투명성 : 마음을 절대로 다치지 않은 채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다.
• 책임감 : 골치 아프더라도 함께여야 한다.
• 공유된 목적 : 함께 살고 함께 일하면 유대감이 생긴다.
• 지속성 : 갈등은 건강한 관계의 일부이다.

바꿔 말하면, 이 5가지의 결핍이 현대 사회의 단면이다. 우리는 대부분 익명성이 보장된 대도시에 살면서, 자신의 정보를 철저히 숨기면서 살아간다. 책임보다는 권리를 내세우며, 개인의 만족과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애쓴다. 관계는 필요에 따라 임시적이거나 일회적이다. 이러한 것을 ‘자유’롭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가치는 정반대이다.

“성경은 개인에게 말하지 않는다. 성경은 함께 신앙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을 위해 기록되었다.”(53쪽)

저자인 제니와 타샤가 나누는 이야기에서 공동체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러한 공동체를 살기를 꿈꾸는가? 이 책을 통해 그 답을 찾아 나가기를 원한다.

“제니, 우리는 공동체 안에 함께 있어. 삶, 패배, 승리, 슬픔, 코로나 바이러스 등 모조리 다 그 안에서 겪어.” (250쪽)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관계 속에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고 지내는 사람
• 새로운 공동체에 소속되기 위해 마땅한 곳을 찾고 있는 사람
• 누군가 나에게 연락을 주지 않을까 마냥 기다리고 있는 사람
• 주변에 관계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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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승리 - 사랑은 절대 지지 않는다
이성조 지음 / 두란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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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이 책은 로마서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는 1-8장의 내용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복음이 삶에 끼치는 능력을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한 권사님의 고민과 기도, 그 응답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발달 장애가 있는 셋째가 늘 기도의 제목이었지만, 믿음으로 잘 양육된 줄 알았던 첫째, 둘째 아들의 방황으로 인해 믿음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권사님과의 상담 과정에 자연스럽게 로마서에 담긴 복음의 능력이 묻어나온다.

1부는 로마서 1-3장의 내용을 토대로 복음의 능력을 정의한다. 저자는 능력을 뜻하는 세 영어 단어로 의미를 분석한다. 타고나거나 습득된 개인의 능력인 Ability, 어떤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 의지력, 끈기 등을 의미하는 Capacity, 이 둘은 제한적이며 무한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것을 다 포함하고 초월하는 것이 바로 Power다. 사람들은 이 능력을 소유하고자 하지만, 진정한 힘의 근원이 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며 그 힘의 근원을 그리스도인들은 진리, 복음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 복음의 능력을 소유하려는 ‘믿음’을 ‘마음 근력’으로 지칭한다.

“믿음은 자기 신념이나 자기 확신도 아닌 예수님의 십자가와 연합한 자에게 주어지는 마음의 근력이다.” (92쪽)

2부는 로마서 4-6장의 내용으로, 마음 근력이라 불리는 이 믿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이란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는’ 것이며 아직 보이지 않거나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붙잡는 것이다. 따라서 믿음은 인내를 수반한다. 인내를 뜻하는 헬라어 ‘휘포모네’가 의미하는 바, 인내란 이것저것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를 붙잡는 것이다. 근심과 걱정, 고뇌가 가득한 인간이 이것을 할 수 있는 이유를 저자는 이것이 ‘이미 끝난 싸움’이며, 우리는 이미 옛 사람이 십자가 아래 ‘장사된 자’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런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바울은 우리 인간의 가장 본질적 질문을 ‘Who are you?’에서 ‘Whose are you?’로 바꾸어 놓는다.” (145쪽)

3부는 로마서 7-8장의 내용을 근거로 믿음 안에서 그리스도와 연합한 그리스도인이 풍성한 사랑의 능력으로 승리하라는 권면이다. 옛 율법을 벗어버리고 성령의 법 아래 진정한 자유함을 누리라 말한다. 그러나 이 능력의 근원은 우리의 행위에 있지 않다. 그리스도인이 종종 인용하는 ‘합력하여 선을 이룸’의 의미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영어 성경(NIV)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를 ‘In all things God works for good’으로 번역한다. 주어는 하나님이다. God works, 즉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분이 이루시는 선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 섭리라는 것이다.” (211-212쪽)
소감 및 비평
신약성경 중 가장 읽기 어려운 책을 두 권 꼽으라면 대부분 로마서와 요한계시록을 말할 것이다. 요한계시록은 난해한 상징이 많고, 로마서는 교리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성경의 주제가 그렇겠지만 이 두 권의 성경 역시 공통점이 있다. 위로와 평안을 주기 위함이다.

로마서를 ‘상담’이라는 뼈대 아래 다룬 것이 인상적이었다. 분명 로마서가 복음의 중요한 교리적인 부분을 다루고는 있지만, 그 교리라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을 살리고 세우기 위한 복음적인 적용이 가능한 것임을 보여준다. 복음의 능력은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뿐 아니라, 이미 믿고 있는 자에게도 동일하게 (어쩌면 계속해서 더욱) 발휘되어야 함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끼게 된다.

저자가 지칭한 ‘마음 근력’이라는 표현이 맘에 든다. 심리적, 정신적인 영역에서 병든 이가 어느 때보다 많은 이 시대에 필요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마음 근력의 근원이 결코 인간 내부에 있지 않음을 이 책은 성경의 내용을 가지고 증명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마음 근력은 믿음의 또 다른 이름이며, 믿음은 바랄 수 없는 중에 내 능력(ability or capacity)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능력(power)을 힘입어 생긴다.

이것이 나 개인에게 비롯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절망의 수렁에 빠진 현대인에게 엄청난 위로가 되는 말씀이다. 본문에서 인용된 에리히 프롬의 표현대로 ‘자기라는 감옥에 빠진’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이 결코 나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제거됨이 아니라 오히려 참 자유를 누리는 삶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내가 누구인가?’가 아닌 ‘나는 누구에게 소속되었는가?’라는 것이다.

부모님이 등 뒤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는 자녀는 안정감을 느낀다. 이미 이긴 싸움을 싸운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란 그런 것이다. 이 책의 표현대로 사랑은 상황에지지 않는다. 하나님의 사랑은 특정 상황, 특정 인물에게만 미치는 편협한 것이 아니라 믿음을 고백하고 그 분의 이름을 의지하는 자들에게 넘치도록 부어주시는 은혜다.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평소 로마서를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교리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던 분
- 삶의 문제를 성경 안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방안을 고민하는 분
- 복음의 능력이 삶에 실제로 미치는 과정을 알고 싶은 분

한탄을 감탄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삶의 문제 가운데서 넉넉히 승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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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호 판사의 하나님 나라와 공동선 - 공적 광장에 선 기독교인의 소명
천종호 지음 / 두란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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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과 특수성, 공동체와 공동선
인간사의 모든 문제는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두 가지 명제 아래 나뉜다. 이 둘은 때로 대립적이기도 하고 상호 보완적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는 정치/사회학적으로는 인간 개인의 권리나 자유라는 특수성에 초점을 두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보편적인 체제를 만들고자 하기도 한다.
보편성과 특수성의 명제는 인간이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건강한 공동체를 꾸리는데 필수적인 것이 규범인데, 저자인 천종호 판사는 기독교 교회가 이러한 공동체적 규범을 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제인 ‘공동선’에 대한 논의를 이 책에서 펼친다. 공동선이라는 용어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대부분은 ‘선’과 ‘공동체’라는 두 개념에 대한 정의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내용 요약
1장에서는 서론으로 공동체와 공동선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인데, 기독교인은 아벨공동체(교회)와 가인공동체(국가)라는 두 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존재라 정의한다.

2장부터 6장은 본론에 해당한다. 2장과 3장은 선에 대한 정의, 4장과 5장은 공동체에 대한 정의, 6장은 공동선에 대한 제언으로 구성되었다.
2장은 창세기의 선악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선이 무엇이며, 선을 상실한 인간이 처한 상황을 신학적, 규범적으로 논증한다. 절대선이신 하나님과의 분리가 곧 악이며 이는 인간 공동체가 연대성을 잃고 개인의 개별성만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변질되었다.
3장은 우리가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선 질서의 내용에 대해 말하는데, 공동체의 선은 ‘공동체가 그 구성원 각자가 선을 이루도록 돕기 위한 탁월한 상태’라 정의한다.
4장에서는 저자가 공동체를 두 가지로 명명하는데,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아벨’공동체와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가인’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를 유지/존속하는데 필요한 것이 법이며, 다양한 법의 범주를 설명하며 기독교인이 법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
5장에서는 대표적인 공동체의 유형인 가정, 국가, 지역 사회, 교회에 대해 논하며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는 사적 공동체도 아니고 단편 은혜적 공동체도 아니라 ‘공적 통전적 공동체’로, 공적 공동체로서의 성격과 은혜 통합적(일반+특별 은혜) 공동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대표적인 예시로 보아스와 룻이 속한 베들레헴 공동체를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6장은 공동선에 대한 정의와 제언이다. 저자는 공동선을 ‘최고선과의 결합(연합 또는 통합)을 토대로 공동체 구성원 상호 간의 결합(연합 또는 통합) 및 연대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선’이라고 정의하며, 이는 현대의 ‘권리 우선적 사회’가 가지는 대립적 관계를 극복하고 하나님과 성도와의 연합을 이루는 회복을 추구하는 것이라 말한다.

소감 및 비평
요즘 세계관과 관련된 책을 많이 접하면서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재능과 은사를 활용하여 하나님 나라를 누리고 나누는 일에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힘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런 작업이 교회라는 기독교 공동체를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때 그 효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인 천종호 판사는 ‘법’이라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갖춰야 할 신학적인 접근을 더하여 ‘공동선’이라는 개념으로 이 일에 접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좋은 예시가 되는 것 같다.

우리의 정체성은 직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 속해 있는가에 우선적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신학적인 깊이나 진정성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저자의 박식함을 넘어서서 이런 논의에 이르기까지의 깊이 있는 고민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법이라는 분야가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전문적인 영역이긴 하지만,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법의 근원적인 제정자이자 최종적인 완성자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삶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성경도 ‘구약과 신약’이라는 언약(이것도 규범적인 개념이다)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성도가 하나님과 성도 간에 어떤 연합을 이루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별히 다원주의가 판을 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이미’와 ‘아직’의 종말론적 긴장 관계 속에 있는 그리스도인은 ‘공적 광장’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공동선의 개념은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물론 이 책은 공동선에 대한 구체적인 용례나 제안보다는 그 개념적 정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이것이 논의의 시작임을 의미한다. 이는 법학자의 몫만이 아니라 아벨공동체에 속하여 하나님과 연합하며 가인공동체와의 연대를 실제로 이루어 가야 할 세상의 모든 ‘빛과 소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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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 집사의 큐티 감사 일기
홍애경 지음 / 두란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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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바야흐로 영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영성(靈性,Spirituality)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과연 우리의 영성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 아니 개발이 가능한 것이기는 할까?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기독교의 차이점 중 하나가 이 영성에 대한 시각일 것이다. 물론 기독교도 영성에 대한 신장 혹은 깊이에 대한 추구가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실력 향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진짜 기독교적 영성을 추구한다면 말이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실력의 향상보다는 나의 실력 없음을 인정하게 되고, 세상에서 큰 영향력을 추구하기보다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에 힘쓰며, 심오한 진리를 깨닫기보다는 그 진리가 내 안에서 살아 숨쉬게 되어 진리가 나를 자유케 하기를 원하는 것이 기독교적 영성이다.

그 중심에 위치하는 것이 바로 말씀이다. 저자는 장성하여 결혼을 앞둔 딸을 하나님 품으로 먼저 떠나보낸 뒤,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었다. 딸을 잃은 상처가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을 원망하고 원망하면서 오히려 그 상처는 하나님의 존재를 더욱 확증하는 도구가 되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못 박힌 손과 창에 찔린 옆구리가 예수님의 부활을 확증하였듯이. 저자는 이 말씀을 붙드는 큐티야말로 가장 달콤한 주님과의 교제의 시간임을 고백한다.

말씀을 묵상하는 이들은 많다. 이 분도 큐티에 대한 고백 그 자체만을 보면 별다를 것 없어 보인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다르다. 저자는 자신의 어떤 내공을 전혀 자랑하지 않는다. ‘이렇게 묵상해야 됩니다.’라고 외치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독자를 은근히 압박하지도 않는다. 말씀 묵상을 정말 잘하는 전문가라는 인상보다는 말씀 묵상을 정말로 사랑하는 예수님의 ‘찐 팬’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더 그녀의 고백이 와닿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혼을 한다. 마찬가지로, 주님을 뜨겁게 사랑하게 되어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신부를 꿈꾸게 된다. 그래서 매일 아침 주님이 주시는 만나를 먹는 큐티를 하는 사람의 마지막 소망은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는 것이야말로 주님과 완전히 동행하는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사

요즘 우리 교회 공동체에 ‘감사일기’가 한참 유행이다. 한 철 유행이 아니라 계속되는 성령의 불길이기를 바란다. 말씀을 읽고 아는 기쁨이 자기 의가 되지 않게 하는 중요한 비법이 감사다. 감사는 나의 것을 고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사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누릴 수 있음에 기인한다. 저자의 큐티 고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든 큐티의 고백 맨 마지막에 위치한 이 문장이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날이다.’

이 ‘그래서’라는 말이 얼마나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른다. 종종 우리 공동체 감사일기 고백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맥락인데,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거의 하나의 관용어구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일견 이해가 된다. 왜냐면 우리의 감사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감사만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것은 감사가 아니라 합당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헤쳐나온 풍랑 감사’라는 복음송의 한 구절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삶의 실제 고백을 요구한다. 믿는 것이 아는 것보다 중요하지만, 그 ‘믿는다’고 고백하는 대로 실제로 살아내는 삶을 주님은 기뻐하신다. 그 시작이 감사다. 삶이 어찌 좋은 일만 있을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것이다. 즐거워야 할 이유는 한참을 생각해야 나오지만, 힘들고 슬퍼할 이유는 너무도 찾기 쉬운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러나,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날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좋은 습관과 훈련이야말로 우리가 길러야 할 영성이 아닐까.

#행함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성경의 선포는 나 같은 모태신앙인에게는 너무나 두렵고 떨림이 되는 말씀이다. 왜 모태신앙인은 온실 속의 화초같은 존재 같을까.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큐티가 예수님의 신부됨을 위한 첫걸음이라면, 감사는 그 예수님과 동행함으로 저절로 튀어나올 수 밖에 없는 내면의 변화, 시각의 변화일 것이고, 전도는 외적이고 실천적이고 직접적인 행함이 될 것이다. 구원은 개인적인 믿음의 고백과 관련이 있지만, 천국은 혼자 누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쉽지 않다.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영성에 대한 내 개념을 다시 재정립하게 된다. 이 책이 큐티에 대한, 말씀 묵상과 이해에 대한 전문적인 책은 절대 아니지만, 어떤 책 보다 영성이 깊어져가는 삶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충분히 말씀을 묵상하고, 충분히 감사의 제목을 일상에서 찾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전도의 영역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각자의 은사가 있을 것이므로 공식이나 법칙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겠다.) 교통사고가 난 날에도 견인차 기사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기쁨’이 저자에게는 존재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도전이 된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술술 읽힌다. 저자의 겸손한 고백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한다. 그러나 이 책대로 살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 내 삶으로 실천한 만큼 책을 읽으라고 하면 채 10쪽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큐티를 은혜대로 하면 된다고 하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받은 은혜대로 솔직하고 충실하게 살아가기로 다짐을 해본다. 주님은 다른 누군가의 삶을 따라 가기보다 주님을 닮고 따라가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좋은 도전을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말씀 묵상을 하고 싶지만,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분들. (특히 말씀에 대한 지식이 없어 묵상을 두려워하고 있는 분들)
- 말씀 묵상과 일상의 삶의 연결점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
- 전도에 대해 부담감만 많이 가지고 있는 분들

이 책을 통해 나와 진리의 말씀으로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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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 - 시카고 암 전문의가 만난 뜻밖의 하나님
채영광 지음 / 두란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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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예배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성도가 함께 모여 드리는 공예배와 가정과 일터에서 드리는 삶의 예배. 이 두 가지는 구분되지만 실상은 연결되어 있다. 공예배는 삶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영적 공급원이 되고, 삶의 예배는 공예배에서 얻은 은혜와 감사를 실천하며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장이 된다. 오늘 소개할 책,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는 이 삶의 예배의 자리를 아름다운 꽃자리로 만들고 있는 의사 채영광 교수님의 이야기이다.

의사, 미국 대학병원 교수라는 직함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채워진 책의 제목처럼 책을 읽노라면 그의 스펙(spec)보다는 사람을 향한 사랑과 애통, 위로의 마음만이 가득 전해진다. 의술은 기술(skill)만이 아니라는 것은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그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향기와 같다. 환자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의사, 아니 환자가 먼저 그에게 기도를 요청할 수 있을 만큼 환자를 ‘환자’가 아닌 귀한 한 ‘사람’으로 대우할 줄 아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야 한다는 강한 도전을 받는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한가?’라는 일종의 중압감이 주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특별함이 아닌, 하나님의 온전한 사랑이 부어짐으로 인해 일어났다는 사실이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날 제자들 생각을 하다가 내 안에 사랑이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39쪽)

‘나는 우리가 일 또는 장소로 부르심을 받았다기보다 관계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믿는다. 마음의 안식을 주는 관계가 우리 회복력의 원천이 된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 속에서 환자가 안식을 누리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80쪽)

의사에게 환자가 있다면, 교사에게는 학생이 있다. 의사와 교사가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를 돌보고, 학생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나는 나의 제자들을 채 교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사랑과 긍휼의 마음으로 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학생의 아픔에 공감하고 기도해줄 수 있는 마음이 나에게 부족한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내 안에 성령님이 주시는 사랑이 없이는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결국 나를 살리는 것은 ‘기도’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도 모임을 통해 연구실에 기도의 불꽃을 피우고, 북클럽을 통해 자신의 동료와 제자들을 주님의 제자로 키워내며, 병원을 질병의 치료의 장소를 넘어 마음과 영혼을 회복하는 장소로 업그레이드시킨 교수님의 능력은 온전히 하나님 아버지의 능력임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왜 채 교수님이 크리스천 의사로서의 정수를 보여주며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심금을 울린 ‘그 청년 바보의사’ 故 안수현 선생님의 배턴을 이어받는다는 평가를 받는지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공감하게 될 것이다. ‘시카고 바보의사’가 써 내려가는 시카고 사도행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사도행전 29장을 써내려가기를 원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두란노 #서평 #채영광 #당신을위해기도해도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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