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호 판사의 하나님 나라와 공동선 - 공적 광장에 선 기독교인의 소명
천종호 지음 / 두란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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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과 특수성, 공동체와 공동선
인간사의 모든 문제는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두 가지 명제 아래 나뉜다. 이 둘은 때로 대립적이기도 하고 상호 보완적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는 정치/사회학적으로는 인간 개인의 권리나 자유라는 특수성에 초점을 두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보편적인 체제를 만들고자 하기도 한다.
보편성과 특수성의 명제는 인간이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건강한 공동체를 꾸리는데 필수적인 것이 규범인데, 저자인 천종호 판사는 기독교 교회가 이러한 공동체적 규범을 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제인 ‘공동선’에 대한 논의를 이 책에서 펼친다. 공동선이라는 용어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대부분은 ‘선’과 ‘공동체’라는 두 개념에 대한 정의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내용 요약
1장에서는 서론으로 공동체와 공동선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인데, 기독교인은 아벨공동체(교회)와 가인공동체(국가)라는 두 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존재라 정의한다.

2장부터 6장은 본론에 해당한다. 2장과 3장은 선에 대한 정의, 4장과 5장은 공동체에 대한 정의, 6장은 공동선에 대한 제언으로 구성되었다.
2장은 창세기의 선악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선이 무엇이며, 선을 상실한 인간이 처한 상황을 신학적, 규범적으로 논증한다. 절대선이신 하나님과의 분리가 곧 악이며 이는 인간 공동체가 연대성을 잃고 개인의 개별성만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변질되었다.
3장은 우리가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선 질서의 내용에 대해 말하는데, 공동체의 선은 ‘공동체가 그 구성원 각자가 선을 이루도록 돕기 위한 탁월한 상태’라 정의한다.
4장에서는 저자가 공동체를 두 가지로 명명하는데,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아벨’공동체와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가인’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를 유지/존속하는데 필요한 것이 법이며, 다양한 법의 범주를 설명하며 기독교인이 법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
5장에서는 대표적인 공동체의 유형인 가정, 국가, 지역 사회, 교회에 대해 논하며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는 사적 공동체도 아니고 단편 은혜적 공동체도 아니라 ‘공적 통전적 공동체’로, 공적 공동체로서의 성격과 은혜 통합적(일반+특별 은혜) 공동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대표적인 예시로 보아스와 룻이 속한 베들레헴 공동체를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6장은 공동선에 대한 정의와 제언이다. 저자는 공동선을 ‘최고선과의 결합(연합 또는 통합)을 토대로 공동체 구성원 상호 간의 결합(연합 또는 통합) 및 연대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선’이라고 정의하며, 이는 현대의 ‘권리 우선적 사회’가 가지는 대립적 관계를 극복하고 하나님과 성도와의 연합을 이루는 회복을 추구하는 것이라 말한다.

소감 및 비평
요즘 세계관과 관련된 책을 많이 접하면서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재능과 은사를 활용하여 하나님 나라를 누리고 나누는 일에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힘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런 작업이 교회라는 기독교 공동체를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때 그 효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인 천종호 판사는 ‘법’이라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갖춰야 할 신학적인 접근을 더하여 ‘공동선’이라는 개념으로 이 일에 접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좋은 예시가 되는 것 같다.

우리의 정체성은 직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 속해 있는가에 우선적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신학적인 깊이나 진정성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저자의 박식함을 넘어서서 이런 논의에 이르기까지의 깊이 있는 고민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법이라는 분야가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전문적인 영역이긴 하지만,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법의 근원적인 제정자이자 최종적인 완성자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삶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성경도 ‘구약과 신약’이라는 언약(이것도 규범적인 개념이다)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성도가 하나님과 성도 간에 어떤 연합을 이루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별히 다원주의가 판을 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이미’와 ‘아직’의 종말론적 긴장 관계 속에 있는 그리스도인은 ‘공적 광장’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공동선의 개념은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물론 이 책은 공동선에 대한 구체적인 용례나 제안보다는 그 개념적 정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이것이 논의의 시작임을 의미한다. 이는 법학자의 몫만이 아니라 아벨공동체에 속하여 하나님과 연합하며 가인공동체와의 연대를 실제로 이루어 가야 할 세상의 모든 ‘빛과 소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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