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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죄를 말하다 - 세상 모든 문제 이면의 핵심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6년 4월
평점 :
성경은 구속의 역사를 말하는 책이다.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개념은 반드시 '어디로부터'에 대한 말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죄다. 곧, 성경은 죄에 대해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팀 켈러의 영적 유산을 남기는 첫 번째 프로젝트의 목적은 책의 부제와 같이 '세상 모든 문제 이면의 핵심'이 되는 죄의 속성을 낱낱이 밝히고 그 해법을 알리는 데 있다.
죄는 세상에 만연해 있지만, 죄라는 단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마치 옛날 아파트에 '4'를 뛰어넘어 표기하였으나 우리 시대에 죽음이 없어지지는 않은 것처럼. 세상에 많은 법과 규칙이 있으나 그것이 범법 행위를 막지는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내면과 삶의 모든 양상에서 죄는 전방위적으로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는 그러한 죄의 민낯을 밝히는 작업이다. 부제와 같이 죄란 평범한 인간의 마음 한복판에 숨어 사는 '낯선 괴물'과 같은 존재다. 죄에 대한 신학적인 정의를 내리자면 한도끝도 없다. 수직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어그러지는 것, 수평적으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평화가 깨어지는 것, 그 모든 관계의 기울어짐은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로서 자기 자신도 파멸에 이르는 것, 이것이 죄다. 맹수, 자기기만, 누룩, 불신, 자기 의, 나병, 예속... 죄를 향한 다양한 부제목들은 죄가 얼마나 우리 삶에서 다양하고도 복잡 치밀하게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실상 죄에 대해 인간이 'case by case'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뿌리를 잡아 캐내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일단 죄라는 것이 그만큼 복잡하며 힘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내가 그런 죄인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코올 중독자에 관한 저자의 비유와 같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첫걸음은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깨닫는 것이다. 내가 죄인인 줄 알고, 그 죄가 엄청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어찌할꼬?'라는 탄식이 내 입에서 나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죄의 자기기만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나는 종종 내가 '회심한 죄인'임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물론 죄가 나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지는 못한다는 확신과 감사가 있지만, 다윗의 범죄에 대한 성경의 기록과 같이 죄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틈을 타고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인상깊은 부분은 죄와 은혜의 차이에 대한 통찰이다. 내 삶을 위해 네 삶이 있는지, 네 삶을 위해 내 삶이 있는지... 단어 두 개의 순서를 바꾸었을 뿐인데, 의미는 180도 달라진다. 죄인의 삶은 끝없이 '나'를 향한 갈구가 이어진다. 그러나 은혜의 삶은 '너'를 향한 축복이 끊이지 않는다. 물이 썩지 않으려면 고이지 않고 흘러가야 하듯, 내 삶에 죄가 씻겨 내려가려면 그리스도의 보혈이 계속해서 흘러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은 다윗을 일깨운 '나단'이 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죄인임을 외치는 참 나단 되시는 성령님을 만나야 한다. 이 책은 죄에 대해 말하지만, 결국 은혜에 관한 책이다. 사랑에 관한 책이다. 성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인, 예수께 향유를 부은 여인에 대해 예수님이 하신 말씀과 같이.
"이러므로 내가 네게 말하노니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 (눅7:47)
이 얼마나 죄인을 향한 사랑 많으신 하나님의 표현인가! 하나님은 나의 많은 죄를 보시지 않고, 죄로부터 자신을 구원한 하나님에 대한 죄인의 사랑 표현을 보신다. 그래서 죄에 대한 통렬한 고백인 이 책은, 하나님의 깊은 사랑에 대한 절절한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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