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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정석 - 불확실한 인생길에서의 승리 공식
이기용 지음 / 두란노 / 2024년 1월
평점 :
제목을 보고서 『수학의 정석』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늘 집합만 열심히 보다가 말았던 기억이 있는 그 책 말이다. 실제로 ‘수학의 정석’ 책에는 많은 공식과 예제, 응용 문제들이 가득하다. 이것들만 잘 풀어낼 수 있다면 수학 정복이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정복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책의 문제라기보다는 공부하는 학습자의 의지의 문제에 있을 것이다. (물론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책을 탓하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믿음의 공식을 그저 매몰차게(?)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재훈 목사님의 추천의 글에서처럼 “믿음은 지식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내는 사람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을 통해서도 우리는 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믿음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직접 말씀하시기보다, 히브리서 11장에 나오는 많은 믿음의 선조들의 삶을 통하여 믿음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에게 여러 모양의 그림으로 응답하신다. 이 책은 그러한 믿음의 여러 그림들의 핵심들을 추려낸 약간의 요약본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믿음의 본질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가졌던 20대의 끝자락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제 큰 인생의 짐을 벗어버리게 된 취업 첫 해에 나는 인생에 가장 큰 믿음의 시련을 겪었다. 내 삶에 펼쳐진 몇 가지 어려움들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돌아보았을 때, 그 시간은 또한 나에게 귀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많은 믿음의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 계속해서 찾아왔고, 그 때 믿음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이 책은 ‘믿음’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4가지 관점에서 접근한다. 믿음의 열매, 믿음의 연단, 믿음의 공식, 믿음의 방향이 그것이다. 믿음은 우리 삶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게 만드는 씨앗과 같다. 그러나 그 열매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연단의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그런 연단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믿음의 진정한 주체가 내가 아닌 하나님이심을 알게 된다. 그래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기도를 아뢸 수 있게 된다. 그럴 때, 우리의 믿음의 방향 또한 나의 의와 공로가 아닌, 예수님의 사랑이 향하는 곳,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 그 곳을 향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여러 고백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부분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믿음에 관하여 논하는 이 글에서 ‘세계관’을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몇 구절이 있었는데 그 중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요나에 대한 언급이다.
“요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가치관, 고정관념) 때문에 니느웨로 갈 수 없었다.” (73쪽)
믿음은 결국 시선, 관점, 세계관의 문제다. 누구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세상의 중심은 누구인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나는 어떻게, 무엇으로 인정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 결국 ‘너는 하나님을 믿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창세기 1장 1절이 믿어지지 않으면, 그 뒤에 나오는 모든 성경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은 결국 ‘너의 세계관을 바꾸라’는 말과 같다.
두 번째는, 믿음에 관하여는 우리의 입술의 고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믿음은 지식을 넘어서는 삶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삶의 출발점은 말, 고백에서부터 시작한다. 생각한 것을 말하고, 말한 것을 행동하기 때문이다. 언행일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지, 말 자체가 중요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가룟 유다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상당히 통찰력이 있었다.
“반면에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제자로서 그분과 같은 시공간에 있었지만, 한 번도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한 적이 없다. 서기관처럼 단지 ‘랍비여’라는 고백만 했을 뿐이다.” (160쪽)
물론 성경에 나오지 않았지만, 유다가 예수님을 그렇게 불렀을 수도 있다. 실제로 유다가 한 말이 성경에 많이 기록된 편도 아니다. 그러나 그 기록된 유다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그가 과연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불렀을까 싶기도 하다. 결국 예수님에 관한 믿음의 고백 또한, ‘예수님은 누구신가?’에 대한 올바른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올바른 신앙 고백 위에 올바른 믿음의 삶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사순절을 보내며, 예수님에 관한 구약의 약속의 말씀과 신약에서의 성취, 예수님께서 직접 밝히신 자신의 사역과 역할, 예수님의 고난당하시고,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시는 과정들을 말씀으로 묵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님은 나에게 이렇게 묻고 계신 듯 하다. “너도 이 길을 따라 걸을 수 있겠니?”
네. 주님.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내 삶의 보좌가 아니라, 그 보좌의 앞자리, 바로 십자가의 자리임을 고백합니다. 나의 보좌에서 내려와서 나의 보좌에 주님을 앉혀드리는 매일의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특별히 이 책은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을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고뇌와 하나님을 향한 처절한 질문 가운데 여러 모양으로 응답하신 하나님을 이 책을 통해 만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