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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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지의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는 공포를 빌려 인간의 내면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단순한 괴담의 대상이 아니다. 시시하고, 무섭고, 한이 서린 존재로 나타나지만 곧 그것이 우리가 외면해 온 기억과 감정의 다른 얼굴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공포는 소리치지 않고, 설명하지 않으며, 조용히 스며든다.

‘성지 순례’라는 말과 달리, 이 여정은 깨끗해지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더럽혀지고, 무너지고, 불편해지는 과정에 가깝다. 그러나 그 불편함 덕분에 진실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작가는 유령을 기록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호러를 기대하고 읽어도 좋고, 에세이를 기대하고 읽어도 좋다. 다만 가볍게 소비되는 책은 아니다.
공포보다 잔상이 오래 남는 책, 읽고 난 뒤에도 마음 한쪽이 서늘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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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여사의 월간 집밥 - 한 번 요리로 한 달이 편한 밀프렙
김수림 지음 / 싸이프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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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림의 따뜻한 여사의 월간 집밥은 매일 반복되는 집밥 고민에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주는 요리책이다.

이 책은 ‘잘 차린 한 끼’보다 지속 가능한 집밥에 초점을 둔다. 한 번의 요리로 며칠을 해결하는 밀프렙 구성, 냉장·냉동을 고려한 메뉴 설계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집밥을 포기하지 않게 만든다. 재료와 과정이 단순해 부담이 없고, 실제 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집밥을 책임이나 의무로 몰아가지 않는 태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매일 다르게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그래서 요리책이지만 읽는 동안 마음이 먼저 편안해진다.

오늘 뭐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지친 사람,
집밥을 오래 지속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 권이다.
매일의 집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말 그대로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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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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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는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불안과 체념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소설집이다.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다섯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주거 불안, 계급 격차, 욕망과 좌절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 책에서 집은 안식처가 아니다. 오히려 삶을 흔들고 관계를 시험하며, 개인의 존엄을 조용히 갉아먹는 구조 그 자체로 등장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누구의 이야기도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입자로 살아본 사람이라면, 집값 뉴스 앞에서 무력해져 본 적이 있다면, 이 이야기들은 낯설지 않다. 소설 속 인물들의 선택과 체념은 결국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낸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톤을 지니고 있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한 삶을 살아가게 되었는가.
그리고 정말 어차피 우리 집이 아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견뎌야만 하는가.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책의 힘이다.
현실에 발을 딛고 선 픽션, 지금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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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봄, 다시 마주한 얼굴 - 그대 가시는 곳에 날이 저물까
서원균 지음 / 잇스토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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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균의 그 봄, 다시 마주한 얼굴은 조용하지만 깊게 스며드는 소설이다.

첫사랑과의 재회를 다루지만, 이 책이 붙잡는 것은 사랑 그 자체보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결이다. 격렬한 사건이나 극적인 장치 없이도, 한 사람의 기억과 시선만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간다. 그래서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시작된 짧은 대화, 흉터처럼 남아 있던 과거, 그리고 다시 마주한 얼굴. 담담한 문장 속에 사랑, 상실, 후회, 용서가 절제된 언어로 쌓여간다. 허구와 실제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읽는 사람 각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이 책은 빠르게 소비되는 소설이 아니다.
천천히 읽을수록 더 깊어지고,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
첫사랑을 기억하는 사람, 말하지 못한 감정을 품고 살아온 사람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은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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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읽기 7 - 구약역사 : 역대서 단테의 신곡 읽기 7
진영선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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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선의 단테의 신곡 읽기는 단테의 『신곡』을 문학적 상상력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와 성경의 흐름 속에서 해석한 해설서다. 이 책은 지옥·연옥·천국의 여정을 사후 세계의 묘사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죄, 회개와 구원이라는 보편적 진리로 읽게 만든다.

특히 역사 속 성경 이야기가 특정 시대의 기록이 아니라, 모든 만물에 적용되는 진리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권력과 재물, 명예를 좇는 인간의 반복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신곡의 구조 안에서 차분히 설명하며, 믿음의 방향이 삶 전체를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고전을 통해 신앙과 삶의 기준을 다시 점검하고 싶은 독자에게, 단테의 신곡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탄탄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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