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스지의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는 공포를 빌려 인간의 내면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단순한 괴담의 대상이 아니다. 시시하고, 무섭고, 한이 서린 존재로 나타나지만 곧 그것이 우리가 외면해 온 기억과 감정의 다른 얼굴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공포는 소리치지 않고, 설명하지 않으며, 조용히 스며든다.

‘성지 순례’라는 말과 달리, 이 여정은 깨끗해지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더럽혀지고, 무너지고, 불편해지는 과정에 가깝다. 그러나 그 불편함 덕분에 진실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작가는 유령을 기록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호러를 기대하고 읽어도 좋고, 에세이를 기대하고 읽어도 좋다. 다만 가볍게 소비되는 책은 아니다.
공포보다 잔상이 오래 남는 책, 읽고 난 뒤에도 마음 한쪽이 서늘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