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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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음에 후루룩 읽을 정도의 얇은 두께이나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음. 일단 읽고 싶을 만큼 읽어보라 어느새 끝 페이지를 덮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것이다. 늘 곁에 두고 혹은 가방 속에 넣어 수시로 읽고 싶을 때 꺼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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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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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통해서 사람의 생각과 상황과 처지를 읽는 아이, 고아원 출신의 아이와 기업가인지 어둠의 세계 종사자인지 모호한 남자의 로맨스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읽기 시작.

"이제부터 내가 주는 옷 입고, 내가 주는 것 먹어. 내가 살라는 데서 살아." P153


여자한테 옷 사주는 거,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의 영화 <프리티 우먼> 뿐 아니라 수많은 영화에서 나오는 로맨스의 시작? 너무 흔한 클리셰로 흥미가 반감되는 듯했으나 흥미로운 소재로 계속 읽어 나감.


여주인공의 인물 묘사는 없으나 이쁘다는 거겠지?

이런저런 이유로 남자가 제공하는 주거 공간에서 지내게 되는데, 보유 도서가 웬만한 마을 작은 도서관 보다 큰 2층 서재부터가 흥미롭고 여성들이 어린 시절 갖게 되는 판타지를 자극하는 배경이며 스토리다. 지금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며 부모가 아니고서는 그런 대우는 불온하며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80평 아파트에서 하릴없이 남자가 사다 주는 명품 옷과 백을 메고 가끔 오케스트라 공연도 보고 명품 디저트 SNS에 올리고, 기댈 곳 없는 고아에게 선행을 베푼다기엔 다소 과한 생활의 편의, 그런데 아무것도 요구하는 게 없다?

이 정도면 누구나 예상하는 반대급부가 무엇인지 가늠이 될 텐데. 도통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사람은 불안해 지지.

소재 신선하고 이야기도 흥미로우나 문오원과 읽는 자의 로맨스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오원이 죽으며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으며, 그 둘이 사랑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 없으나 그거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게 뭘까? 죽음의 기로에서 핸들을 반대로 꺾을 수 있다는 게.


절창 : 칼이나 유리같은 예리한 날에 베인 상처

핍진성 : 실제처럼 느껴지게 함(문학 작품에 주로 쓰임), 진실에 가까운 정도, 실물과 아주 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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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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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작가의 문체에 익숙지 않아서 낯설었으나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는지 알겠다. 작가가 풀어내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혹시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인가 의문이 들 만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화가 '앙리 드 톨르즈 로트렉' 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와 똑같지 않다. 주인공 미모는 화가가 아니라 조각가이고 왜소증이라는 설정만 같을 뿐인데 소설을 읽는 내내 이 19세기 화가가 머릿속에 있었다.

앙리 드 틀레즈 로트렉(1864년 생)

19세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네, 모네, 드가, 쇠라, 고흐 등 유명한 화가들이 활동했었고, 드가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사고로 왜소증을 얻게 되었지만 선천성이 아니라 그런지 일반적인 왜소증 외모를 지니지 않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앙리. 아마도 이 화가를 모티브로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늘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중요한 피에타도 빼놓을 수 없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7-8일차(로마-한국)

이 조각상은 정면에서 볼 때와 위에서 볼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고 마리아의 모습이 예수의 엄마라고 하기엔 다소 애매 하단 평이 있다. 미모가 제자 메티에게 너도 언젠가 똑같이 하게 될 거라며 끌을 쥐어 주며 건넨 '이야기에 가 닿을 때까지 켜켜이 덮인 사소한 이야기나 일화 들을,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그 이야기에 가 닿는 바로 그 순간 돌을 쪼는 일을 멈춰야만 해" 라고 한 그 피에타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중간 중간 유머도 들어있어 웃음도 터져 나오고, 주인공 미모와 비올라가 서로를 우주적 쌍둥이라 칭하는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책에서 손을 못 놓게 한다.

비천했던 미모를 생각할 줄 아는 미모로 변화 시킨 건 명문가인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였다. 금지된 만남이었지만 비올라는 자신의 아버지 서재에서 장식에 불과했던 책을 꺼내 미모에게 전하면서 둘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어느 날 책을 들켜버려 비올라가 곤경에 처하게 되었지만 미모는 자신이 훔친 거라 말하며 비올라를 보호해 준 대가로 엉덩이를 까고 매를 맞게 된다. 이런 남자를 어떤 여자가 싫어할 수 있을까?

비올라에게는 엄청난 능력이 있는데 책을 한 번 보면 통째로 외울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졌을 뿐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은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도 가졌기에 이런 비올라를 미모는 경외하게 된다.

이런 유의 비슷한 소설들이 생각나는데 모두 하나같이 재미있다.



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 나는 이 모든 바람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나는 나의 삶을, 겁쟁이와 배신자와 예술가의 삶을 사랑했고, 비올라가 내게 가르쳐 줬듯이 우리는 사랑하는 어떤 것을 돌아보지 않고는 그것과 이별하지 않는 법이다. P618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82년의 세월이, 위선의 80년과 긴 임종의 순간이 필요했다. 비올라 오르시니가 없었으면 미모 비탈리아니도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필요 없이, 비올라 오르시는 존재한다. - P130

책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책들과 함께 우주가 확장되었다. 조각을 하다가 어느 결엔가 나의 행위가 외톨이의 것이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을 평생 처음으로 하게 됐다. 그 행위는 내 이전의 사람들에 의해 정련되었듯이, 내 뒤에 올 수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도 그리되리라. - P140

모든 현란한 마술 기술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봐야 할 것은 보지 못했다. - P198

나는 1971년 조국도 아버지도 없이 어디로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는 채 기차에서 내려진 그 프렌체제가 더는 아니었다. 비올라가 나를 조각하고 세공했다는 점. 그 점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피노키오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창조물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나를 기다릴 것이다. 나는 떠났다. 정확히 피노키오처럼. 그리고 그 점을 오늘에야 깨닫는다. - P327

떠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최악의 폭력, 그건 관습이지. 나 같은 여자, 똑똑한 여자. 난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해. 그런 여자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관습. 그런 말을 하도 듣다 보니 그들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다고 ,뭔가 비밀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어. 그 유일한 비밀이라는 건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더라.내 오빠들, 그리고 감발레네 사람들, 그리고 다은 모든 사람이 보호하려고 애쓰는 건 바로 그거야. - P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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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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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소설이다. 장르가 무얼까? 초반부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소설인 줄 알았다.

뒤로 갈수록 고어물 인가? 아님 퀴어 소설인가? 중국 작가 모옌이 생각나기도 하고, 천명관의 '고래'가 생각나기도 하고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타이완 소설은 처음 읽어 본다.

타이완은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랑 비슷한 점이 많다.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도 불온 서적을 읽는다는 이유로 잡혀가기도 했었고 개고기를 먹는 것도 그렇고 이 소설로 처음 알았다. 타이완도 개를 식용하고 했었다는 걸. 심지어 박쥐로 국도 끓여 먹는다는데 이건 좀 다른 듯, 맞다. 우리나라는 몇 십 년 전만 해도 참새 구이도 있었다. 만일 박쥐가 참새처럼 많았다면 박쥐 구이를 먹었을까?

지주였던 천 씨네 일가가 일제 강점기에 많은 토지를 잃고 몰락한 뒤 타운하우스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등장인물에 한국 이름을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그나저나, 내가 이 소설을 읽기로 택한 이유가 어떤 북튜버의 소개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서다. 그녀는 분명 귀신들이 나오니 밤에 혼자 읽지 말라고 분명 공포심을 강조했는데 그래서 퇴근 길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애써 외면하다가 주말 낮에 읽기 시작했던 거였다. 밤에 혼자 읽다 무서워질까 봐 그런데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아무도 없는 밤에 심지어 불도 환하게 할 필요도 없이 독서 등만 켜 놓은 채 읽어도 아무렇지 않다. 그녀는 이 책을 읽어 보기나 하고 얘기한 걸까? 나 낚시 당한 건가? 아무렴 어떤가? 재밌으면 됐지.

그러나, 그 북튜버는 다시는 안 들어가 본다. 내 신뢰를 잃었어.

작가 본인의 고향을 배경으로 쓴 소설 같은데 고향을 떠나 살아본 사람이라면 혹은 이야기가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작가라면 누구나 쓰고 싶어 하는 고향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하지만 오늘 그는 돌아왔다. 그에게는 해답이 없었다. 사람은 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어디가 집인가? 그가 돌아온 것은 속죄를 위해서도 아니고 참회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해답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귀향은 의무였다. 귀향은 그를 직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돌아와야 했다. 달리 갈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별명이 울보 귀신일 만큼 울보였다고 고백한다. 책을 보다가도 울고 영화를 보다가도 울었고, 잠자기 전에도 잠을 깨고서도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쓰고 나면 한바탕 울음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주 편하게 잘 잤다고 하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걸 다 풀어 내고 홀가분하고 편안한 잠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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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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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제목 만으로 끌리기에 충분했다. 총 다섯 단락으로 나눠 삶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내밀한 감정들을 유려하게 써 내려간다. 읽는 내내 나랑 비슷한 면이 많아 더 몰입도 있게 읽은 거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서 조리 있게 해줬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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