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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평점 :
신기한 소설이다. 장르가 무얼까? 초반부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소설인 줄 알았다.
뒤로 갈수록 고어물 인가? 아님 퀴어 소설인가? 중국 작가 모옌이 생각나기도 하고, 천명관의 '고래'가 생각나기도 하고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타이완 소설은 처음 읽어 본다.
타이완은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랑 비슷한 점이 많다.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도 불온 서적을 읽는다는 이유로 잡혀가기도 했었고 개고기를 먹는 것도 그렇고 이 소설로 처음 알았다. 타이완도 개를 식용하고 했었다는 걸. 심지어 박쥐로 국도 끓여 먹는다는데 이건 좀 다른 듯, 맞다. 우리나라는 몇 십 년 전만 해도 참새 구이도 있었다. 만일 박쥐가 참새처럼 많았다면 박쥐 구이를 먹었을까?
지주였던 천 씨네 일가가 일제 강점기에 많은 토지를 잃고 몰락한 뒤 타운하우스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등장인물에 한국 이름을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그나저나, 내가 이 소설을 읽기로 택한 이유가 어떤 북튜버의 소개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서다. 그녀는 분명 귀신들이 나오니 밤에 혼자 읽지 말라고 분명 공포심을 강조했는데 그래서 퇴근 길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애써 외면하다가 주말 낮에 읽기 시작했던 거였다. 밤에 혼자 읽다 무서워질까 봐 그런데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아무도 없는 밤에 심지어 불도 환하게 할 필요도 없이 독서 등만 켜 놓은 채 읽어도 아무렇지 않다. 그녀는 이 책을 읽어 보기나 하고 얘기한 걸까? 나 낚시 당한 건가? 아무렴 어떤가? 재밌으면 됐지.
그러나, 그 북튜버는 다시는 안 들어가 본다. 내 신뢰를 잃었어.
작가 본인의 고향을 배경으로 쓴 소설 같은데 고향을 떠나 살아본 사람이라면 혹은 이야기가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작가라면 누구나 쓰고 싶어 하는 고향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하지만 오늘 그는 돌아왔다. 그에게는 해답이 없었다. 사람은 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어디가 집인가? 그가 돌아온 것은 속죄를 위해서도 아니고 참회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해답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귀향은 의무였다. 귀향은 그를 직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돌아와야 했다. 달리 갈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별명이 울보 귀신일 만큼 울보였다고 고백한다. 책을 보다가도 울고 영화를 보다가도 울었고, 잠자기 전에도 잠을 깨고서도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쓰고 나면 한바탕 울음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주 편하게 잘 잤다고 하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걸 다 풀어 내고 홀가분하고 편안한 잠이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