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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처음엔 작가의 문체에 익숙지 않아서 낯설었으나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는지 알겠다. 작가가 풀어내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혹시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인가 의문이 들 만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화가 '앙리 드 톨르즈 로트렉' 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와 똑같지 않다. 주인공 미모는 화가가 아니라 조각가이고 왜소증이라는 설정만 같을 뿐인데 소설을 읽는 내내 이 19세기 화가가 머릿속에 있었다.
19세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네, 모네, 드가, 쇠라, 고흐 등 유명한 화가들이 활동했었고, 드가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사고로 왜소증을 얻게 되었지만 선천성이 아니라 그런지 일반적인 왜소증 외모를 지니지 않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앙리. 아마도 이 화가를 모티브로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늘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중요한 피에타도 빼놓을 수 없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이 조각상은 정면에서 볼 때와 위에서 볼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고 마리아의 모습이 예수의 엄마라고 하기엔 다소 애매 하단 평이 있다. 미모가 제자 메티에게 너도 언젠가 똑같이 하게 될 거라며 끌을 쥐어 주며 건넨 '이야기에 가 닿을 때까지 켜켜이 덮인 사소한 이야기나 일화 들을,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그 이야기에 가 닿는 바로 그 순간 돌을 쪼는 일을 멈춰야만 해" 라고 한 그 피에타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중간 중간 유머도 들어있어 웃음도 터져 나오고, 주인공 미모와 비올라가 서로를 우주적 쌍둥이라 칭하는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책에서 손을 못 놓게 한다.
비천했던 미모를 생각할 줄 아는 미모로 변화 시킨 건 명문가인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였다. 금지된 만남이었지만 비올라는 자신의 아버지 서재에서 장식에 불과했던 책을 꺼내 미모에게 전하면서 둘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어느 날 책을 들켜버려 비올라가 곤경에 처하게 되었지만 미모는 자신이 훔친 거라 말하며 비올라를 보호해 준 대가로 엉덩이를 까고 매를 맞게 된다. 이런 남자를 어떤 여자가 싫어할 수 있을까?
비올라에게는 엄청난 능력이 있는데 책을 한 번 보면 통째로 외울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졌을 뿐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은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도 가졌기에 이런 비올라를 미모는 경외하게 된다.
이런 유의 비슷한 소설들이 생각나는데 모두 하나같이 재미있다.



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 나는 이 모든 바람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나는 나의 삶을, 겁쟁이와 배신자와 예술가의 삶을 사랑했고, 비올라가 내게 가르쳐 줬듯이 우리는 사랑하는 어떤 것을 돌아보지 않고는 그것과 이별하지 않는 법이다. P618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82년의 세월이, 위선의 80년과 긴 임종의 순간이 필요했다. 비올라 오르시니가 없었으면 미모 비탈리아니도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필요 없이, 비올라 오르시는 존재한다. - P130
책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책들과 함께 우주가 확장되었다. 조각을 하다가 어느 결엔가 나의 행위가 외톨이의 것이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을 평생 처음으로 하게 됐다. 그 행위는 내 이전의 사람들에 의해 정련되었듯이, 내 뒤에 올 수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도 그리되리라. - P140
모든 현란한 마술 기술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봐야 할 것은 보지 못했다. - P198
나는 1971년 조국도 아버지도 없이 어디로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는 채 기차에서 내려진 그 프렌체제가 더는 아니었다. 비올라가 나를 조각하고 세공했다는 점. 그 점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피노키오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창조물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나를 기다릴 것이다. 나는 떠났다. 정확히 피노키오처럼. 그리고 그 점을 오늘에야 깨닫는다. - P327
떠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최악의 폭력, 그건 관습이지. 나 같은 여자, 똑똑한 여자. 난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해. 그런 여자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관습. 그런 말을 하도 듣다 보니 그들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다고 ,뭔가 비밀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어. 그 유일한 비밀이라는 건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더라.내 오빠들, 그리고 감발레네 사람들, 그리고 다은 모든 사람이 보호하려고 애쓰는 건 바로 그거야. - P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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