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 : ★★★★★










악마가 찾아왔을 때, 나는 세상을 발아래에 두고 있었다. 겨우 손바닥 한 뼘 너비 난간 위에 맨발로 올라서서 까마득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머리카락을 흩어 놓는 살벌한 바람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쿵! 쿵! 쿵!

문 두드리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내게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


강력한 프롤로그만으로도 단숨에 깊게 몰입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심리상담사인 지수는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무너진 마음이 다시 보통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자부심로 살았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결코 예상 못했기에 그 이후의 삶 또한 전혀 염두해 둔 적이 없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철저히 파괴시키는 범죄자들을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단하는 일은 과연 정당한가?

현대인은 살면서 무수히 많은 안타까운 범죄와 사건들을 접한다. 그러나 모든 사건의 범죄가자 피해자와 대중이 흡족할 만한 처벌을 받는것은 아니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타인에게 일어난 사건조차 분노하게 되는데, 만일 그 사건의 희생자가 바로 나 자신이라면 어떨까?

책을 읽는 내내 그 생각이 맴돌았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사적 복수의 정당성을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극단적 사건 앞에서 인간의 관념과 윤리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 따라 정의의 기준조차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간만에 굉장히 잘 짜인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재미나게 읽었다.

윤미주의 말이 맞았다. 세이프 타운은 정말 천국이었다. 너무 은밀하고 아늑해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천국. - P177

"그래도 이건....... 이러면 안되잖아요!"

"왜 안 되는데?" - P144

원망이나 증오도 중독과 같다. 굳은 의지가 없다면 용서나 망각으로는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 - P155

결국 의도가 좋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선의의 정의조차 상대적이며 악인들도 자기가 옳은 일을 한다고 ‘진심으로‘ 믿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이야기의 방향이 뒤바뀌었다
- P332

그래서 나는 세상의 모든 선과 악은 경계가 모호하며, 어느편에 설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악마가 찾아왔을 때, 도망갈 것인지, 맞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악마 그 자체가 되어버릴 것인지도 자신이 결정할 일이다. 다만 그런 선택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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