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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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암호명 : 나이팅게일

영어로 새를 뜻하는 프랑스 로시뇰 가문의 둘째 딸, 이사벨은 2차대전 당시 나치 점령하에 프랑스에서 추락한 비행사들을 목숨 걸고 피레네산맥을 넘는 탈출로를 인솔한, 10대로선 상상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해낸 용감한 여성이다. 그래서 나치들은 이일을 해낸 사람이 10대 여성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고 체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끝까지 인정하기 않았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인생을 바꾼 책에 대해 글을 쓰려던 중 발견한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이 기나긴 생을 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사랑에 빠지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게 되고, 전쟁에 휘말리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첫문장

첫 문장을 읽을 때부터 이 소설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 첫 문장 안에 소설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리뷰를 쓰려고 첫 문장을 다시 읽었는데 놀라울따름이다.

요즈음 2-3권을 돌아가며 읽는 병렬 독서가 습관화됐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은 오래 걸렸으나 한 번에 다 읽었을 만큼 손에서 놓기 어려웠다. 그리고 얼마 만인가 소설 읽다가 눈물을 쏟은 게 까마득해 기억도 안 나는데

10년도 더 되지 싶다.

1차 대전에 참전 후 돌아온 아버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엄마마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두 어린 자매를 낯선 여자의 손에 맡기곤 냉담해졌다. 12살 첫째 비안느는 이내 체념하고 의지할 다른 사람을 찾았고 사랑하는 사람과 16살 어린 나이었지만 결혼하며 안정을 되찾는다.

둘째 이자벨은 강한 성격 탓에 자기를 봐달라고 떼쓰며 엇나가기 시작한다. 맡겨진 부인에게서도 수녀원에서도 그리고 언니에게서도 외면당했다고 생각한다.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비안느의 남편은 참전하게 되고 어린 자녀 소피와 남겨지게 되자 아버지는 이자벨을 언니에게 보내는데, 그 과정에서 유일한 사랑인 가에탕을 만나게 되지만 독일군의 공격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고는 강한 반발심도 갖게 된다.

언니 집에 와서도 비안느와 이자벨은 서로 의지하지 못하고 감정이 엇나가게 되고, 항복하는 프랑스가 아닌 어딘가에는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그러다 드디어 나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비밀스러운 전단지 돌리는 것부터 시작한 일이 급기야 추락한 조종사들을 탈출시키는 목숨을 담보로 한 일까지 하게 된다.

밝히기 어려운 일이기에 언니와의 오해는 점덤 더 해가고 아버지가 있는 파리로 와서도 서로를 외면한 채 오해만 쌓여간다. 어려서부터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울고 떼쓰고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은 거리낌 없이 해 오던 이사벨은 이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작전 수행 중 너무 철없어 다른 사람들 위험에 빠트리는 게 아닌가 싶은 조마조마함도 있었지만 어떤 남자에게도 뒤지지 않을 업적을 이루었다. 수년간 조종사들을 탈출시키는 경로를 수십 번 밟아 117명의 조종사를 탈출시켰고 나중엔 나치의 손에 잡히게 되지만 이틀만 참으면 다른 사람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수모를 견딘다.

이사벨이 체포됐다는 말에 아버지는 자신이 나이팅게일이라고 자수를 하게 되고 이를 본 이사벨이 아니라고 자신이 바로 나이팅게일이라고 게슈타포 앞에서 주장하지만 그들은 믿지 않는다. "네가 그 산맥을 넘나든 나이팅게일이고 고작 너처럼 어린 여자아이가?"라는 말로 무시하고 아버지를 끌고 가 총살시킨다.

이 소설, 가족애, 동지애, 우정, 믿음과 사랑,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 들어있다. 그래서 문학 소설을 읽어야 한다.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그 모든 감정을 다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도대체 그시대 사람들은 삶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상상만으로도 몸서리 쳐지는 고통이다. 오해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다가고 진실을 알게 되고 어떻게 회복하고 사랑과 믿음을 찾게 되는지 그 과정들이 절절히 다 들어 있어 정말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읽어 나가면서 머릿속에 장면들이 선명하게 그려져 정말 영화로 만들어도 훌륭하겠다고 생각했는데 27년 말에 다코다와 엘르 패닝 자매 배우 주연으로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꼭 봐야지!!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곰팡내와 사람들의 체취와 두려움의 냄새가 풍겼다-가장 강렬한 것은 두려움의 냄새였다.
- P51

이사벨은 가에탕에게 일어난 변화를 보았다. 분노와 무력한 분노가 그의 눈에 담긴 연민과 입가의 미소를 지우는 것을 목격했다. 폭격을 겪은 후 그는 좀처럼 말하지 않았고, 말해도 짧고 무뚝뚝했다. 이제 두 사람 다 전쟁에 대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더 잘 알았다.
- P89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말거라. 바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희생을 감당 하고 살 수 있을지, 무엇이 너를 무너뜨릴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 P200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그렇게 저항이 시작된다. 그런 다음 그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던지라
- P233

이사벨은 아버지에게서 문득 낯선 사람을 봤다. 늘 몰인정하고 배려 없는 사람이 아닌 낙심한 사람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그를 올려다보니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왜 저와 언니를 밀어내셨어요?" 이사벨이 물었다.

"네가 얼마나 연약한지 아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사벨."

"저는 연약하지 않아요."

그는 딸에게 미소라고 할 수도 없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모두 연약하단다, 이사벨. 전쟁 중에 우리가 배우는 게 바로 그거지."
- P313

"여자들은 그걸 안고 견디고, 우리에게 그건 그림자 전쟁이었어. 전쟁이 끝났을 때 여자들에게 는 퍼레이드나 훈장 같은 건 없었다. 역사책에 언급되지도 않았고, 우리는 전쟁 중에 해야 될 일을 했고, 전쟁이 끝나자 남은 것들을 모아서 다시 삶을 꾸리기 시작했지. 네 누나도 나만큼 전쟁을 간절히 잊고 싶어 했단다. 어쩌면 그게 내가 저지른 또 하나의 실수였지. 소피가 잊게 내버려둔 것이. 어쩌면 우린 그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 P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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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1-1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팅게일이 ‘밤꾀꼬리‘라는 새임을 새롭게 알게 해주었네요. 읽고 싶었던 역사소설이라 리뷰에 금방이 눈이 갔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