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인이 얼마나 보수적인 인간인지를 깨달은 후로 관심이 없어져 방치해 놓았던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의 개정판을 읽었다. 구판도 읽었던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읽었으면 책장에 있어야 하는데, 아직 못 찾았다) 암튼 어떤 내용인지 생각이 1도 안 나는지라, 개정판이고 해서 겸사겸사 읽었다. 유시민 책이 책장에 10권쯤 있는거 같은데생각해 보니 하나같이 뭔 내용인지 기억이 안 난다. - 이것은 세월에 따른 기억의 도태인가 아니면 선택적인 망각의 결과인가…? 우짜됐든 재독인데(인것 같은데) 또 기억이 1도 안 나 버리면 본인의 새대갈(X가리)이 너무 서글플 것 같아 평소에 잘 안 하는 필사를 남겨 읽은 티를 내련다.


당신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스스로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잘 길러주고 공부할 수 있게 해준 부모님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 절반은 당신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데 힘입은 것이다. 국가가 융성한다고 해서 그 나라의 모든 국민이 풍요롭고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혼란스럽고 가난하고 폭력과 무질서가 판치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 훌륭한 삶을 누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주어진 기회를 살리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는 일차적으로 국가의 상황에 좌우된다. 우리 삶에서 훌륭한 나라에서 태어나 살고 후손들에게 더 훌륭한 나라를 물려주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 – P12


일부 권력자들의 심각한 오용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법치주의라는 말이 큰 오해를 받고 있다. 법치주의는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은 권력 그 자체의 속성이기 때문에 어떤 주의도 필요하지 않다. 법치주의는 권력이 이러한 속성을 제멋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원칙이다. 법치주의는 통치받는 자가 아니라 통치하는 자를 구속한다. 권력자가 주관적으로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고, 헌법과 법률이 그에게 위임한 권한의 법위를 넘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방법의 한계를 넘어서 그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권력행사를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법치주의에서 일탈하면 권력은 정당성을 상실하며, 정당성이 없는 국가권력에 대해서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 – P57


국가와 정부를 구분하는 데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부가 국가 대신 행동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같은 국가도 정부가 바뀌면 성격과 행동양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어느 시기에 국가가 악을 저지른다고 해서 반드시 국가를 폐지할 필요는 없다. 정부 또는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교체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가는 영속하는 가운데 정부를 교체함으로써 국가의 기능과 작동방식을 바꿀 수 있다면 굳이 폭력으로 권력을 탈취하여 사회의 기본 질서를 일거에 바꾸는 사회혁명을 할 필요가 없다. 자유주의자들이 사회혁명을 반기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이다. – P69


애국심은 사랑하지 말아야 할 외부의 대상을 전제로 삼는다.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하지 말아야 할 다른 국가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인류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인류를 사랑하게 되려면, 나아가 인류를 넘어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과 지구 행성 그 자체까지 사랑하게 되려면 지구 밖에 적대적 경쟁상대가 있어야 한다. 만약 인간과 전혀 다른 외모를 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명 활동을 하는 에일리언 군단이 지구를 침략한다면 모든 지구인은 인종과 문화와 역사와 언어의 차이를 뛰어넘어 단결할 것이며 세계 정부를 만들어 지구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다. – P133


정부는 두 유형이 있다. 하나는 유혈사태 없이 선거로 교체할 수 있는 정부이고 다른 하나는 혁명이 아니고는 절대 축출할 수 없는 정부인데, 앞의 것은 민주주의요 뒤의 것은 독재. 폭군 치하에서 다른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폭군살해와 폭력혁명도 정당하다. 그러나 그 혁명의 유일한 목적은 민주주의 수립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주민재민이나 다수의 지배와 같은 모호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통치자에 대한 공정 통제를 허용하고, 피통치자가 통치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며, 통치자의 의사에 반하는 개혁을 폭력행사 없이 피통치자들이 할 수 있게 하는 일련의 제도적 틀을 의미한다. 폭력의 사용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개혁이 불가능한 폭군 치하에서만 정당하다. 그리고 그 목적은 오로지 하나, 폭력 없이 개혁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폭력적 수단으로는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할 수 없다. – P177


하이에크는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 그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다. 사회혁명의 열정을 광신으로 간주했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사회를 계획하고자 하는 가장 열광적인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계획을 조금도 인내하지 못하는 가장 위험한 사람이 된다. 성자와 같은 일편단심의 이상주의자와 미치광이 광신자의 거리는 단지 한 발짝에 불과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 P184


개인을 자기 자신의 목적에 대한 최종적 재판관으로 인식하는 것이 개인주의의 본질이다. 다시 말해서 가능한 한 자신의 견해가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게 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선악을 판단하는 도덕기준은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 있으며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다. – P185


풍요로운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에 불만을 느낄 기회가 적어서 보수적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보수적인 것이다. 생활환경 변화에 적당한 압력을 느끼면서도 학습하고 사유할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가장 뚜렷한 진보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고령층이 청년들보다 더 보수적인 현상도 마찬가지 논리로 성명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기존의 제도와 사유습성에 노출된 기간이 짧으며 지적 활동이 상대적으로 왕성하다. 기존의 사유습성에 대한 집착이 덜하고 그것을 바꾸는 데 쓸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가 풍부하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기존의 사유습성은 더욱 강력한 지속성을 지니며 그것을 바꾸는 데 쓸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는 부족해진다. 사람 따라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은 불가피한 생물학적 필연이다. – P210


개인이 행하는 선은 남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다.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은 타고는 생물학적 본능이어서 가르칠 필요도 없고 칭찬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이기적 본능을 거슬러가는 것,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을 우리는 도덕적 선행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그러한 개인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는 누구도 이타적 행동을 선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선이요, 다른 집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악이 될 수 있다. 개인과 집단은 다른 것이다. “집단에는 양심이 없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다. 이타성을 선으로 보는 직관적,도덕적 가치판단은 우리가 소속한 집단 내부애서만 유효하다. – P240


절대주의는 종교적, 정치적, 이상을 추구하는 영웅적 행위를 촉진하지만 구체적인 현실 상황에서는 위험천만한 안내자가 된다. 개인은 절대적인 것을 추구해도 정당하며 위험이 적다. 일이 잘못되어도 그 자신이 손해를 볼 뿐이다. 고귀한 비극이라는 감상이 좌절을 보상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사회가 절대적인 것을 얻고자 달려들면 수백만 명의 생명과 재산이 하루아침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절대주의는 정책의 수단인 국가의 강제력을 잔혹한 독재로 바꾸어버린다. 개인에게 광신주의는 해롭지 않은 열정적 기행이지만, 이것이 국가의 정책으로 나타나면 인류에 대한 자비심을 파괴한다. – P2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노우맨] 사건을 겪고 오슬로를 떠났던 소울메이트 라켈 그리고 해리에게도 친아들 같은 올레그가 재회하는 작품이다. 라켈, 올레그의 복귀는 물론 반갑지만, 전작들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카트리네 브라트, 카야, 비에른 등의 캐릭터가 사라져 버려 허전함이 없지는 않다. 대신 [리디머]에서 인연을 쌓은 마르티네가 임신한 모습으로 해리에게 큰 도움을 주는데, 전작들의 캐릭터들이 휘발되지 않고 계속 영향을 주고 받는 것 또한 시리즈를 읽는 재미일테다.


본 작은 오슬로에 퍼진 바이올린이라는 신종마약에 대한 이야기다. 형사물에서 마약은 흔한 소재라, 지금껏 해리 홀레 시리즈에서 마약을 다룬게 이번이 처음인가 잠깐 생각해 봤다. 시리즈의 1, 2편은 건너 뛰어서 100% 확신하는건 아니지만, 그동안 연쇄살인범들만 죽어라 잡아족쳤지 본격적인 마약범죄 소탕은 본 작이 처음 맞는것 같다.


전작들만큼 잔혹하거나 해리의 신체일부가 싹뚝, 덜렁거리는 작품은 아님에 안도했다. 그러나 해리 붕어빵에서 마약중독자이자 딜러, 그리고 살인용의자로 거듭 추락하는 올레그의 애처로운 모습, 그런 올레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해리의 부성애가 안겨주는 심적 부담감은 타 시리즈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가족 (혹은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이 고통받고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비하면, 싸이코패스들을 때려잡는 건 비교적 편한 구경거리였을 따름이다.


사족 한 마디 - 번역가가 바뀌었다. 전작들에 비해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고 가끔 오역으로 판단되는 부분도 있으나, 전체적인 가독성이나 재미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일즈 보르코시건 : 무한의 경계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7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이지연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슬픔의 산맥 (The Mountains of Mourning), [미궁 (Labyrinth)], [무한의 경계 (Borders Of Infinity)]라는 세 개의 중편을 엮은 작품. 배경도, 소재도, 시간대도 모두 다른 완벽히 독립적인 중편들이기 때문에 보르코시건 시리즈 중에서 전작 [남자의 나라 아토스]와 함께 외전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독립된 세 중편(임무)를 하나의 장편으로 이어주는 고리는 덴다리 용병대의 과다지출. ‘사이먼 일리얀은 마일즈가 지난 세 번의 임무에서 경비가 과다지출된 사실을 추궁하고, 마일즈는 공금 횡령의 혐의를 벗기 위해 일리얀에게 숨겨왔던 사건의 내막을 밝히게 된다…’ 인데, 이 액자식 구성은 세 개의 중편을 하나의 책으로 묶기 위한 방편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아예 액자식 구성을 버리고 세 중편만 실었어도 전혀 문제 없었을 정도. 각 중편 사이사이 사이먼 일리얀과 마일즈의 짧은 이야기를 넣은 건 작가의 팬서비스라고 보면 될 듯.


[미궁], [무한의 경계]를 전형적인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SF로 본다면, [슬픔의 산맥]은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영아 살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시골 마을로 내려간 마일즈의 이야기인데, 살해사건이라는 소재답게 추리물의 형식을 띤 작품이다. 이미 [마일즈의 유혹]같은 작품에서 추리소설적인 작법을 선보인바 있어 마일즈의 추리물이 낯설지는 않으나, [슬픔의 산맥]은 영아 살해사건이라는 소재에서 장애인차별, 세대갈등, 사회변화 등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시선을 엿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마이크 레즈닉의 [키리냐가]가 떠오른 중편인데, 전체적으로 코믹 SF 활극을 표방하는 보르코시건 시리즈에서 재미보다 의미와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온 작품으로 따로 언급해 둘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 새로운 리더십을 위한 지혜의 심리학
김경일 지음 / 진성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문 칼럼을 모아 출간한 책이기 때문인지, 경영/심리학 책으로써의 완성도는 조금 아쉽다. 전체적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인데예를 들면, 하나의 개념을 중복해서 설명한다던가… (좋은 것을 가지려는 접근동기와 나쁜 것을 피하려는 회피동기라는 개념이 책 전반에 걸쳐 적어도 3~4번 중복해서 설명된다) 때문에 한 권의 책으로써, 칼럼을 모아 주제별로 편집한 것 이상의 만듬세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연재 당시 칼럼을 읽은 바 전혀 없지만, 책의 많은 내용이 유튜브에서 이미 접했던 내용이라는 점도 아쉽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단편적인 칼럼을 모은 책이다 보니 리더십에 대한 깊이 있는 주제와 담론보다는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이 또한 본 작의 한계일 테지만, 한편으로는 글들이 장황하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기 좋고, 또 한 편씩 짬짬이 읽어나가기도 좋다. 그리고 읽기 쉽다고 작가의 통찰마저 가벼운 건 전혀 아니다. 김경일 교수의 리더십에 대한 인지/심리학적 접근법은 제법 신선해서 끝까지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작 [스노우맨]이 명성보다는 재미가 덜한 듯해서 [레오파드]를 연달아 읽었다. 웃기게도 [레오파드]를 읽고 나니 [스노우맨]이 왜 해리 홀레 시리즈 대표작으로 꼽히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전작의 깔끔함, 스산함, 해리와 주변인들의 고통 등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장점이었던 거지.


해리 홀레한테 매력녀들이 꼬이는게 주인공 보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캐릭터에 정이 든 건지 어쩐지이제는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고구마 캐릭터라 갈수록 답답함이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반전과 사건 해결의 쾌감보단 매번 개고생하는 해리에 대한 동정심이 점점 커지는 것도 새 시리즈를 읽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다른 시리즈보다 100페이지 가량 더 두터운 작품이다. 글을 낭비하는 법 없는 작가인만큼,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복잡하고 정교한 작품인건 당연하다. 솔직히 해리 홀레 시리즈 평균적인 재미의 작품인데, 지금까지의 경험 상 시리즈 평균이면 일반적으로는 매우 재미있는 작품군에 속할 거라 확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