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데드라인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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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만난 이성에게 단지 동향(同鄕) 출신이라서, 고향에서 서로 옆집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신뢰하고, 만난 당일 짐싸서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약속을 하는 젊고 순진하고 대책없는 처녀총각잠깐, 이거 너무 나이브한 설정 아닌가…? 아 참, 작가가 윌리엄 아이리시 였지.

 

2. 청운의 꿈을 안고 도시로 왔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채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남녀가 첫 만남에서 (혈연도, 학연도 아닌) 지연(地緣)으로 맺어져 서로를 무한신뢰하게 되고, 동변상련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발전하는 관계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을 수록 커지는 의아함은, 정작 작품 속 청춘남녀는 절대 대책없이 순진맞지도, 도시생활에 적응못할 정도로 무능력 하지도 않을 뿐더러, 쉽게 꿈을 포기할 젊은이들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이다

 

살인 현장에 제발로 찾아가고, 아침이 오기 전 살인범을 찾아 자백을 받아내겠다는 이 근본모를 패기는, 요즘 젊은이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호연지기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 둘은 손발이 척척맞고, 수완이 너무 좋다. 기본적인 추리력과 관찰력이 수준급임은 물론, 배짱, 말빨, 임기응변, 쌈박질에 밤을 꼴딱 지세워도 끄떡 없는 체력까지이 정도 스펙이면 길바닥에서 붕어빵, 아니 핫도그만 팔아도 절대 비루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땡전 한 푼 못 모았다니당시 뉴욕은 (흙수저들에게) 지금의 헬조선보다도 더한 지옥이었나…? 아 참, 작가가 윌리엄 아이리시 였지.

 

3. 시간 제한을 두고 서스펜스를 높여가는 미스테리/스릴러물이 공유하는 사소한(?) 문제점 하나. 바로 하룻밤 사이에 너무나 많은 사건이 벌어진다는 거다. 청춘남녀는 댄스홀에서 만나 춤을 추고, 여자의 집에서 고향 얘기를 하면서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살인이 벌어진 저택으로 가서 현장을 분석하고, 각자 용의자를 찾아 탐문수사를 벌이고, 다시 저택에 모여 추가적인 단서를 찾아 새로운 용의자를 특정하고, 또 각자 최종 범인을 추적하고, 다시 저택에서 몸싸움을 벌인 후 범인을 제압하고, 고향을 향해 이미 출발한 버스를 추격하고이 많은 일들이 하룻밤 사이, 정확하게는 오전 12 50분에서 오전 6 15분 사이, 5시간 25분이란 시간동안 벌어지게 된다. 어떤가…? 하루를 참 알차게 보내는 선남선녀들 아닌가? 근데 이렇게 열심인 젊은이들이 도시생활에 적응 못해 귀향을 한다고…? 참말로? 아 참, 작가가 윌리엄 아이리시 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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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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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 4 [네메시스]를 읽었다. 전작 [레드브레스트] 못지 않게 많은 등장인물들과 복잡한 플롯으로 완독하는데 고생깨나 했는데, 모르긴 몰라도 시리즈 전체가 다 이모냥일 듯… (어쩌면 요 네스뵈의 작품들 전부가…) 

 

(은행강도 살인과 해리의 전 여자친구 살인이라는) 두 개의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는 만큼 더욱 촘촘하고 밀도있는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 베아테 뢴의 활약이 즐겁다. 해리의 누명과 그를 옥죄어 오는 프린스의 악랄함도 쫄깃하고, 여러 번 제시되는 반전의 효과도 좋은 편이다

 

해리성 인격장애로 퉁치려 했던(…?) 전작이 논리보다 감정적인 측면에서 묵직한 한 방을 지닌 작품이었다면, 본작은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 전작의 짙은 역사성을 들어내버리니, 살짝 평범한 범죄 스릴러가 되버린 감이 없지 않지만, 본작 역시 준수한 스릴러로써 추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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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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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186 -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이 왜 이렇게도 다른지 궁금해서 한 중국 철학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철학자는 농담조로 그야 서양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었고 동양에는 공자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소?”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철학자의 지적대로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동양과 서양의 지적, 사회적, 정치적 영역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동서양 사고 방식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두 사람을 동서양 사고 방식의 산물로 보는 것이 옳다. 만일 두 사람의 사상 안에 각각 동양과 서양의 사고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들의 사상이 그들이 속한 사회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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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없다 - 투명인간, 순간이동, 우주횡단, 시간여행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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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개념(과학기술)들이 앞으로도 영영 불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먼미래에는 실현가능한 수준인지를 다양한 이론과 예시를 통해 진단해 주는 친절한 과학교양서. [평행우주]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미치오 카쿠의 책인데, 전반적인 난이도가 [평행우주]보다는 (다행히~^^) 훨 낮아서, 중도포기 없이 재미나게 읽은 책이다. 역시 (과학)교양서는 책 자체의 완성도, 학계에 끼친 영향력보다도, 본인이 얼마나 이해하느냐, 수준에 맞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불가능은 없다][평행우주]보다 더 훌륭한 교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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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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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소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초기작 [레드브레스트]를 읽었다. 참고로 북유럽 스릴러는 별로 읽어 본 바 없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도 몇 년째 모셔만 놓고 있고, “밀레니엄 시리즈를 재밌게 읽기는 했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기로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요 네스뵈의 스탠드어론작인 [헤드헌터]의 영화판을 너무 재밌게 봤기 때문이다. 사족으로, 이 영화의 성공 후 감독 모튼 틸덤은 헐리웃으로 날아갔고…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빼어난 스릴러를 연출하며 이듬해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수상 했지만, 차기작 [패신저스]는 대차게 말아 드시고 말았다. 암튼, 영화 [헤드헌터]는 빠른 전개와 긴박감이 장난 아닌 스릴러였고, 원작자 요 네스뵈의 대표작 헤리 홀레 시리즈를 하나 둘 구입해 쟁여놓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레드브레스트]는 헤리 홀레 시리즈의 세 번쩨 작품이다. 첫 두 작품 [박쥐] [바퀴벌레]는 완성도가 확연히 떨어진다는 평이 많아, 가뿐히 건너 뛰기로 결심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첫 작품부터 읽으면 좋겠지만 10편이 넘게 이어진 시리즈(국내 미출간작 포함)를 어줍잖은 초기작부터 정주행하다 안 좋은 선입견이라도 생겨 버리면, 시리즈를 완주하는데 오히려 해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도 아마 비슷한 이유로다, 시리즈 중기 인기작들부터 번역해 출간하기 시작했을 테고

 

여담인데, 원래는 헤리 홀레 시리즈를 [레드브레스트]가 아니라,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그리고 국내에 제일 먼저 소개된 [스노우맨]과 그 후속작 [레오파드]로 시작하려 했다. 두 작품이 괜찮다 싶으면 다른 작품들도 찾아볼 생각이었고근데 요 네스뵈의 필력이 무르익고 해리 홀레의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한 작품이 또 [레드브레스트]라는 게 중론이라때마침 중간에 빠진 시리즈였던 [리디머]가 출간되며, [레드브레스트]부터 [팬텀]까지 시리즈 정주행 고속도로가 완성된 것도 [레드브레스트]를 선택하게 된 이유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레드브레스트]는 복잡한 서사, 과거와 현재, 여러 등장인물의 시점 등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치밀하고 정교한 스릴러다. 책 두께부터 남다르지만, 유구한 역사에 수많은 캐릭터가 얽히고섥힌 이야기는, 그 복잡함과 촘촘한 구성에 감탄하며 읽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구성의 복잡함때문인지 몰라도, 오히려 재미에 비해 페이지 넘기는 속도는 더딘 편이라 아쉽다. 본인 한정일수도 있지만, 결말부의 100페이지는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지만, 결말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앞부분을 수차례 반복해 읽으며 캐릭터의 변화와 사건들을 시간대별로 복기해 나가느라 진도빼기가 실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수준이었다.

 

시리즈물로써 평가하자면, 일단 의외로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다. 헤리 홀레의 캐릭터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형사 컨셉이라 - 형사가 천직이고 범인 잡는데는 귀신이지만, 알코올 중독에 사회성은 제로인 - 본 작만 읽어서는 그렇게 깊이 있다거나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해리 홀레의 캐릭터도 발전하겠지만, 본 작만으로는 어째서 아름답고 매력적인 라켈이, (물론 장점도 많지만) 지저분하고 술주정뱅이인 해리에게 밑도끝도 없이 빠져드는지, 주인공 보정이 아니고서는 선뜻 이해 안 가는 부분들이 많다. - 다른 형사물에서도 종종 느끼는 바지만, 왜 이런 소시오패스 마초 캐릭터가 여자들한테 그리 인기가 많은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역시 주인공 보정…?

 

또한 시리즈다 보니, 앞의 두 작품인 [박쥐], [바퀴벌레]와 연결되는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해리의 가족, 누이와의 관계가 언급되는데, 아마 초기작에서의 사건들로 인해 가족과의 관계에 뭔가 변화가 생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외 시드니와 방콕에서 벌인 해리의 활약이 경찰 고위층 간부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라는 언급도 나오는데, 역시 짧게 언급만 되는 수준이라초기작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이해도가 크게 저해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이다. 밀도높은 작품이지만, 스릴러로써 아주 논리적인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큰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추리보다는 스릴과 미스테리에 방점이 찍혀있고, 범인의 정체보다는 그의 사연과 동기가 더 궁금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 작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고, 교육받아 온 역사는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라는 예상보다 훨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광복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열강들의 패권싸움에 휘말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만 했고, 종전 후에는 친일파가 득세하며 과거사 청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처지를 생각하면 더욱 공감이 가는 주제이다. 이 녹록치 않은 주제야 말로, [레드브레스트]를 평범한 형사물을 뛰어넘어 웰메이드 스릴러로 평가하게 만드는 주요인일 것이다.

 

700페이지에 가까운 볼륨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대표적으로 악의 다른 한 축인 프린스는 아직 정체조차 탄로나지 않았다. 라켈과의 관계는 여기서 끝인지, 아니면 계속 발전해 나갈지도 궁금하고무엇보다 해리 홀레가 맞딱드릴 다음 도전은 무엇일지, 다른 작품은 과연 [레드브레스트]를 능가할 수 있을런지 너무나 궁금하다. 다음 시리즈인 [네메시스]로 바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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