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마스터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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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관광청 사표 내고 한 달 반 가량 쉬면서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짓 몇 가지를 하면서 놀았는데, 그 중 하나가 독서모임에 나가 책 이야기로 담소를 나누는 것이었다. 이를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짓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독서라는 지극히 사적인 행위를 통해 느낀 것들을 생면부지 타인과 공유한다는 데 따른 부담감 때문인데, - 쉽게 말해 치한님은 감수성이 존나 예민해서 그런 자리 쪽 팔려 못 나간다는 말이다 - 이는 블로그에 익명으로 글 깨작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이기에, 책 읽는 게 낙인 치한님이지만 오프라인 모임에는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었다.

 

지난 5월 출판사 행복한 책읽기에서 SF 책 발간을 위해서 독자 북펀드를 진행했는데, 그 때 참여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출판사 주최 독자 모임을 가졌었다(6 21). 치한님도 당시 금전적으로 무척 쪼달리고 있었음에도 무려 10만원이란 거금을 이 펀드에 투자한 터라 본전 미리 뽑아보자 라는 심정으로 자리를 함께 했는데, 그 때 SF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 얘기, SF 컬처에 대한 얘기로 담소를 나누며 예상보다 훨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SF 문학에 대한 공동 관심사가 있다는 것, 그런 마이너 취향에 대한 공감대가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어색함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만들어 줬던 듯. 앞으로 또 그런 자리에 나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꼭 그 분들과 다시 담소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출판사 번개 나가서 또 좋았던 점은 참석자 전원에게 출판사 책을 한 권씩 나눠 줬다는 거다. 행복한 책읽기에서 출간한 SF 걸작선, 작가 선집 등은 거의 다 구입해 놓고 있지만, 근작 [드림 마스터]만은 아직 구입 전이었는데, 당시 모임을 통해서 정가 2 8천 원짜리 양장본을 공짜로 얻어 실로 기뻤드랬다. 이런 공짜 책 받으러 출판사 번개에 꾸준히 참석하는 헌터들도 있다는 후문인데,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ㅋㅋㅋ

 

[엠버 연대기 전 5],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내 이름은 콘래드], [신들의 사회], 그리고 [드림 마스터]까지. 한 권 두 권 모으다 보니 젤라즈니 책도 책장에 꽤 되는군. 아직까지 이 작가 작품 중에 실망한 케이스가 없어서 몇 권 더 읽어야지 생각은 하는데, 그 작품들에 대한 개인적 만족도에 편차가 좀 큰 편이라특히나 판타지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엠버 연대기]는 읽고 실망까지는 아니지만 이건 뭥미…?’ 했던 터라 다른 작품 구입을 미루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드림 마스터]가 손에 들어 왔고, 책 두께도 상당해(684P) 짬짬히 한 편씩 읽을 생각이었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니 푹 빠져들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다 읽고 난 감상은 개인적으로 젤라즈니 최고작이라고 생각하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못지 않게 훌륭한 단편집이라는 거. 젤라즈니는 장편이 아니라 중단편이 훠~얼씬 재밌다는 거. 역시 로저 젤라즈니는 SF/판타지 거장이라는 거. 이상 치한님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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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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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을 좋아한다. 인텔리한 이미지에 책벌레로 유명하기도 하고, [올드보이], [박쥐]같은 작품은 열 번 이상 봤다. 무엇보다 박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커트 보네거트, 에밀 졸라 같은 훌륭한 작가들과 그들의 대표작들을 알게 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근데 이번엔 마켓팅에 속았나 보다. 쪽 팔리지만 책 표지에 영화감독 박찬욱 추천이라는 광고 문구에 혹해서 구입한 게 사실인데, 문체도 건조하고, 스토리라고 할만한 것도 별로 없는데 마무리까지 엉성해서 읽고서 심하게 본전 생각 난 책이다.


사람을 좀비화시키기 위해 살인을 하고 사체를 훼손하는 한 변태 사이코패스가 들려주는 진솔한에세이. 읽는 동안 영화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Henry – Portrait Of A Serial Killer]를 떠올렸는데, 영화만큼의 아우라는 이 책에 없다.


작가의 명성으로 보건데, 다른 책도 이 모냥일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작가 책은 당분간 보류해야겠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책들 중에선 이 책의 판매량이 가장 좋다고 하던데, 박찬욱 마켓팅에 속은 소비자가 나 말고도 수두룩 한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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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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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으로 시작해서 좌파, 우파, 재벌 찍고 음모론을 거쳐, 주요 정치인들 쭉 훑다가 문재인을 향한 애절한 구애로 마무리하는 괴상한 정치교본.

 

나꼼수를 들었다면 같은 내용의 반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시간 순으로 따지면 책이 나꼼수 뒤에 나왔지만, 내용 순으로는 이 책이 먼저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 당시 이미 현재 정치판 꼬라지를 매우 흡사하게 예견하고 있어 김어준의 통찰력에 솔직히 좀 감탄하면서 읽었드랬다.

 

재미있냐구? 재미있다. 추천하냐구? 추천한다. 적어도 한국 정치판에 문제의식을 갖고 정치에 약간의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어 줄 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정치 얘기임에도 어렵지 않고, 친구랑 뒷다마 까는 듯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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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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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제는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Everyone dies. ‘

 

잘못된 삶의 선택에 대한 후회, 건강과 성적 매력을 상실한 노인의 좌절, 죽음에 대한 두려움어쩌면 이는 작가 할아버지의 자전적 이야기?

 

주인공의 일대기를 회고록 형식으로 담담하게 서술하는 이 작품은, 나이를 먹는 만큼 삶에 대한 미련, 후회도 늘어만 가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너무나 솔직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 지난 삶을 반추해 보는 노인에 관한 이야기인지라 좀 많이 우울하고 칙칙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주인공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에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고(특히 조깅하는 젊은 처자 꼬시는 부분... ㅋㅋㅋ), 또 주인공을 나 자신과 동일시 하기 보다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읽었기 때문인지 읽는 동안 우려했던 것만큼 우중충한 기분에 빠지지는 않았다.

 

이 사악한 새끼들! 삐치기만 잘하는 씨발놈들! 할 줄 아는 게 비난밖에 없는 이 조그만 똥 덩어리들! 내가 달랐고, 일을 다르게 처리 헸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지금보다 덜 쓸쓸할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게 내가 한 짓이야! 나는 일흔하나야. 나는 이런 인간이 된 거야. 이게 내가 여기 오기까지 한 일이고, 더 할 말은 없어!” – P102

 

저런 멋진 대사를 자기 아들놈한테 날벼 버리는 쿨한 할아버지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쏟아내는 이 소설은, 지금보다 분명 10, 20년 후에 다시 꺼내 읽으면 더욱 가슴에 와 닿을 책이다.

 

어느 날 문득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삶이 두렵고 낯설게 느껴 질 때, 그 때 다시 꺼내 읽는 이 소설은 분명 지금과는 다른 감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날이 왔을 때, 부디 소설의 주인공처럼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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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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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부부는 과연 다섯 째 아이 만 아니었다면 계속 행복할 수 있었을까? 아이를 넷까지만 낳았다면, 적어도 다섯 째 아이가 괴물 같은 아이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가족의 화목함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을까? 혹시 불행은 행복했던 시절 내내 HIV 바이러스(잠복기 7 --::)처럼 잠복해 있다 벤이 태어남으로써 표면화 된 것일 뿐, 언젠가는 곪아 터질 상처는 아니었는지?

 

읽는 도중 불행의 징조를 전혀 포착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예를 들어 넉넉찮은 살림에 지나치게 큰 저택을 고집하며 아이는 다다익선이라고 외치는 흥부스러움 이라든지, 친척, 부모는 있지만 친구, 동료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지나친 가족주의라든지…)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작가는 모든 불행은 그 아이 때문이다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한 번 파괴된 행복은 끝까지 복구되지 않는다.

 

우린 벌 받는 거야, 잘난 척 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해야겠다고 결정했고, 그래서 행복했기 때문에…”

 

싸늘하다. 이런 게 도리스 할머니의 스타일이라면 격하게 끌린다. 일단 [생존자의 회고록] 정도는 한 권 더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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