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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이 소설의 주제는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Everyone dies. ‘
잘못된 삶의 선택에 대한 후회, 건강과 성적 매력을 상실한 노인의 좌절, 죽음에 대한 두려움… 어쩌면 이는 작가 할아버지의 자전적 이야기?
주인공의 일대기를 회고록 형식으로 담담하게 서술하는 이 작품은, 나이를 먹는 만큼 삶에 대한 미련, 후회도 늘어만 가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너무나 솔직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 지난 삶을 반추해 보는 노인에 관한 이야기인지라 좀 많이 우울하고 칙칙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주인공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에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고(특히 조깅하는 젊은 처자 꼬시는 부분... ㅋㅋㅋ), 또 주인공을 나 자신과 동일시 하기 보다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읽었기 때문인지 읽는 동안 우려했던 것만큼 우중충한 기분에 빠지지는 않았다.
“이 사악한 새끼들! 삐치기만 잘하는 씨발놈들! 할 줄 아는 게 비난밖에 없는 이 조그만 똥 덩어리들! 내가 달랐고, 일을 다르게 처리 헸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지금보다 덜 쓸쓸할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게 내가 한 짓이야! 나는 일흔하나야. 나는 이런 인간이 된 거야. 이게 내가 여기 오기까지 한 일이고, 더 할 말은 없어!” – P102
저런 멋진 대사를 자기 아들놈한테 날벼 버리는 쿨한 할아버지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쏟아내는 이 소설은, 지금보다 분명 10년, 20년 후에 다시 꺼내 읽으면 더욱 가슴에 와 닿을 책이다.
어느 날 문득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삶이 두렵고 낯설게 느껴 질 때, 그 때 다시 꺼내 읽는 이 소설은 분명 지금과는 다른 감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날이 왔을 때, 부디 소설의 주인공처럼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