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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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부부는 과연 다섯 째 아이 만 아니었다면 계속 행복할 수 있었을까? 아이를 넷까지만 낳았다면, 적어도 다섯 째 아이가 괴물 같은 아이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가족의 화목함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을까? 혹시 불행은 행복했던 시절 내내 HIV 바이러스(잠복기 7 --::)처럼 잠복해 있다 벤이 태어남으로써 표면화 된 것일 뿐, 언젠가는 곪아 터질 상처는 아니었는지?

 

읽는 도중 불행의 징조를 전혀 포착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예를 들어 넉넉찮은 살림에 지나치게 큰 저택을 고집하며 아이는 다다익선이라고 외치는 흥부스러움 이라든지, 친척, 부모는 있지만 친구, 동료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지나친 가족주의라든지…)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작가는 모든 불행은 그 아이 때문이다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한 번 파괴된 행복은 끝까지 복구되지 않는다.

 

우린 벌 받는 거야, 잘난 척 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해야겠다고 결정했고, 그래서 행복했기 때문에…”

 

싸늘하다. 이런 게 도리스 할머니의 스타일이라면 격하게 끌린다. 일단 [생존자의 회고록] 정도는 한 권 더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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