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 된 역사를 가진 악기가 하프(Harp)라고 한다.
기원전으로 올라가면 현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발현악기들이 있으나 하프의 모태악기들이라고 보면 될 듯
싶다.
한 때 (지금도?) '하프만 가지고 있으면 대학에 들여보내준다', '혹은 악기가 수 억을 호가한다'는 둥의 말이 번지
기도 했다. 나도 하프는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 악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곽정(Harpist K)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나보다.
취미나 여가생활로 배우는 분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는데.. 나도 알아보니 교육용 하프는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했다. 오보에(Oboe)나 바순(Bassoon)보다 가격이 훨씬 낮았다.
이 참에 나도 한 번?(;;)
하프는 무슨.. 집에 있는 기타도 방치되고 있는 통에..
악기 중에 '아이리시 휘슬(Irish Whistle)' 소리가 맑고 예뻐서 취미로 해볼까 생각중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아;;; 자꾸 삼천포;;;
음.. 하프가 역사는 무진장 오래 됐지만 아직도 대중들하고는 거리가 있어서,
'하프 레퍼토리가 무엇이 있지?'
란 질문을 하면 대부분이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K. 299'를 떠올릴 것이다.
녹아내릴 듯 달콤하며 모차르트 특유 천상의 선율이 천사들과 조우(?)하게 해주는 걸작이다.
다른 곡으로는 헨델의 '하프 협주곡 HWV 294'가 있다. 너무나 유명한 음악이라 듣기만하면
'어라? 이게 이 음악이로구나'
할 유명한 곡이다.
바로크시대에는 하프의 독자적인 레퍼토리를 찾기가 힘든 편이고, 고전시대부터 독주곡이나 협주곡 등이
간간이 눈에 띤다. 이 당시 하프는 성능도 좋지 않아 반음계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악기 제작자인 에라르(Sébastien Érard, 1752~1831)가 1810년에 발명한 더블 액션 페달 하프(?)가 하프 연주에
큰 혁신을 가했고, 그 후로 이 악기의 다양한 레퍼토리가 나오며 하피스트도 그 수가 많아졌다.
오늘날 뛰어난 하프 작품들을 남긴 인물들을 꼽으라면 그 수도 많고, 세계적인 하피스트들도 많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만 그런건지 아직까지는 '하프'란 악기와 거리가 있는 편이다.
'부유층이 사용하는 악기', '돈 많아야 배울 수 있어'
뭐 이런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연주자들도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으니
친근한 악기가 될 날도 언젠간 오겠지.
개인적인 감상으로 하프 음악들은 고금막론, 참으로 우아하다.
물론 전부 그런 음악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발현악기들인 기타, 우쿨렐레, 류트, 만돌린과는 또다른 특유의 음색이 참으로 아름답다.
가히 손으로 빚어내는 천상의 선율!
하프 레퍼토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고, 나도 들어본 것들이 나름 유명한 것에 속하는 편이라 '숨겨진 보석'같은
곡은 아니다. 그래도 하프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곡들로 골라봤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께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보옐디외 (François-Adrien Boieldieu, 1775~1834)
하프 협주곡 C장조 中 3악장 (Harp Concerto in C major, III : Allegro agitato
발음조차 약간 힘든 프랑수아 아드리앙 보옐디외(;;)의 하프 협주곡이다.
보옐디외는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했고 '블랑슈 부인(La Dame blanche)'은 무려 1,700회나 공연되었다고하니
당대의 인기는 짐작이 가나 그 뿐이다. 오늘날은 명성이 바닥이고, 이 하프 협주곡만이 주로 회자되고 있다.
전악장이 다 좋지만 3악장은 정말 하프 연주가 아니면 매력이 없을 것 같은 음악이다.
그만큼 악기의 매력을 십분발휘했다는 뜻이겠지.
하프 협주곡의 끝판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알바스 (Elias Parish Alvars, 1808~1849)
하프 협주곡 G단조 (Harp Concerto in G minor, Op. 81)
베를리오즈가 '하프의 리스트'라며 칭찬해마지 않았던 알바스의 협주곡이다.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나요? ^^
자신이 하피스트였던 만큼 뛰어난 하프 작품들을 많이 남겼으니, 앞으로도 다른 음반들이 많이 출시되었
으면 좋겠다~
디터스도르프 (Carl Ditters von Dittersdorf, 1739~1799)
하프 협주곡 A장조 中 3악장 (Harp Concerto in A major, III : Allegretto)
하프 곡에서 이 레퍼토리가 빠지면 섭하다. 원래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 곡인데, 특이하게 하프 편곡
버전이 훨씬 높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 꿈을 거니는 듯한 3악장은 백미!
어린 학생인 것 같은데.. 연주도 정말 잘하네..^^
두세크 (Jan Ladislav Dussek, 1760~1812)
하프 소나타 2번 (Harp Sonata No.2 in E-flat major, Op. 34)
두세크는 몇 번 얘기했던 인물인데, 피아노 협주곡과 소나타가 많아 '쇼팽처럼 피아노 음악만 팠나..'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하피스트였던지라, 하프 협주곡과 소나타 등도 상당수의 작품을 남겼다.
하프 소나타란 형식은 다른 현악기 소나타처럼 피아노 반주가 따르지는 않는다. 독주곡으로써의 하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작품!
바겐자일 (Georg Christoph Wagenseil, 1715~1777)
하프 협주곡 G장조 (Harp Concerto in G major)
잘못 읽으면 바겐세일(;;)이라고도 읽을 수 있는 바겐자일.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 모차르트도 바겐자일을 매우 존경했고, 생전에 이미 '거장'으로 추앙받던
위대한 인물이다. 지금은 뭐.. 음...;;
하프 협주곡은 짧지만 정말 싱그러우며, 봄을 그리는 듯한 맑고 화사한 선율이 일품이다.
2악장의 깊은 서정미도 눈여겨 봄직하다.
레니에 (Henriette Renié, 1875~1956)
명상 (Contemplation for Harp)
20C 하피스트의 거장이자 여류 작곡가인 앙리에트 레니에의 하프 작품이다.
그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면 당하고, 연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눈물로 점철된 삶을 살았지만 음악
만큼은 지극히 평온하다. 이런 위대한 인물들이 토대를 만들어놓은 덕에 지금의 하프연주자들이 존재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관련 음반들!!
이런.. 죄다 품절이로구나..ㅠㅠ
엘리자베스 하이넨(Elizabeth Hainen)의 하프 협주곡집 음반은 정식 수입은 되었는데, 이상하게 알라딘에
없어 다른 사이트를 통해 입수했다. 알바스의 협주곡이 실려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구매하시길.
그리고 요즘은 조금 구하기 힘드나 곽정(Harpist K, 하피스트 케이)의 '비바체' 음반도
추천할만 하다. 크로스오버 음반으로, 전자 하프를 이용한 연주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연주들과 현란한 스킬로 하프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음반이다.
관련 동영상~
완연하지는 않지만 이제 거진 봄이다.
그래도 많이 따뜻해진 날씨,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하프 음악들을 감상해보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을성
싶다 ^^ 오늘은 나도 하프 음악만 들어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