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은 지루하고 따분해

 

 

 요즘은 더 심해지긴 했지만, 내가 학생일 때도 학구열은 엄청나서 국ㆍ영ㆍ수 외의 과목들은 학생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3학년을 올라가며 그런 현상은 더 심해져 일명 '교양과목' 시간은

거의 자는 시간과 다름 아니었다(자신의 선택과목이 아니어도 마찬가지).

 2학년 때까지만 음악시간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클래식 음악 감상 한답시고 설명 후 틀어놓으면 친구들은 90%

이상이 잠을 잤다. 나는 이 때도 클래식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 즐겁게 감상했고, 친구 한 명도 꽤 듣는

편이라 같이 잡담을 하며 들었던 것 같다.

 단편적인 부분일지도 모르나, 클래식 음악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면이라 생각한다.

 나도 클래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지루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몇 분짜리 음악도 있긴하나 대부분이 수십분, 혹은 1시간, 몇 시간짜리 음악들이다.

 예술이라는 관점으로 보아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그 긴 시간동안 온전히 음악을 감상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굳이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아도 문제 될 것은 없고, 짧은 시간동안 충분히 즐거움을 주는 다른 장르의 음악들

이 즐비하다.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클래식을 '고상한 음악', '귀족 음악', '지루한 음악' 등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허나 항상 그런 음악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클래식은 쉽게 접할 수 있다. TV를 보다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음악이라든지, 라디오 시그널에 나오는 음악들, 길거리 의류매장에서 나온다든지 하는 것들은 대부

분이 익숙한 클래식 음악들이다(요즘은 뉴에이지가 많긴 하다).

 개인 취향이기에 왈가왈부하기는 뭣하나, 이렇게 우연찮게 듣더라도 '오, 괜찮은데?', '이 음악은 정말 감동이야..'

라고 느낀다면 클래식 음악도 그렇게 문턱이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보면 음악사도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는 동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듣다보면 음악사도 꼭 거쳐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컴필레이션 CD를 구매하게 되면 해설집이 같이 있는데, 이런 소책자에는 간략적이긴 하나 대략의

음악사와 악곡해설 등이 실려 있어 음악의 배경지식과 이해력, 친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나같은 경우도 초기에 구매한 컴필레이션 해설집을 마르고 닳도록 읽어서 너덜너덜 해지기까지 했다.

 그 후로도 CD를 구매할 때마다 속해있는 부클릿의 정보들을 많이 보았으나, 영어실력이 그리 뛰어난 편도

아니고, 보는 재미도 덜해서 여러 클래식 관련 서적들을 찾아 읽어 보았다.

 뭐랄까. 그냥 재미있었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들도 많았고, 책마다 겹치는 것들도 있었으나 새롭게 알게 되는 에피소드, 음악가들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면이나 역사들을 알아가는 것은 즐거웠다.

 

 허나,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면 음악사도 꼭 알아야 하는 것일까?

 음악'사'에만 한정 짓는다하나, 한 분야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그다지 흥미가 동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관심분야가 아니라면 뭐든지 알아가는데에 지루하고 따분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음악을 온전히 감상하는데에 배경지식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굳이 거창한 역사가 아니더라도,

 라벨이 골동품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든지, 글래스가 택시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한 적이 있었다든지, 베르크

가 말러의 지휘봉을 죽을 때까지 간직했다든지의 역사적 사실은 실상 음악을 온전히 감상하는데에 어떠한 영향

도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을 때,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실패 후 완성한 회심의 역작, 의사의 도움을 받아 우울증 치료를 한 라흐마니노프가 온 힘

을 기울여 만든 작품, 글린카 상을 수상하였고, 후기 낭만 음악의 걸작으로 손꼽힘'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안다고 해서 더 큰 감동을 준다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관심이 생겨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가다보면 분명 흥미가 생기는 사실이긴하나, 음악을 듣는 것에 뭔가 큰 영향

을 준다고 볼 수는 없다.

 

 나같은 경우는 재미있어서 일부러 역사쪽을 알아보려는 부류이지만, 굳이 몰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음악을 들으며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정보들만 습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이니 역사적으로도 충만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해~'란 생각은 허식이고,

겉치레에만 신경쓰는 발언이다.

 여러 역사들을 알게 되면서 감상하는데에 약간의 일조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결국 음악은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아님은 밝힌다.

 '모르고 들었을 때 좋아야 진정 좋은 음악이다'란 말도 있고,

 '지식없이는 감동도 없다'란 말도 있다.

 어떤 말이 참인 지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마치며..

 

 

 제목과는 약간 벗어난 말이긴 하나,

 나는 클래식 음악을 일명 '고상한 취미', '가진 자들의 문화 생활'로 치장ㆍ이용하는 사람들을 증오한다.

 그리고 자기가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은근히 드러내서 자신의 외적인 면을 좋게 포장하려는 사람들도 싫다.

 허세와 가식만이 가득하고 있는 자들의 놀이터같은 수십만원짜리 음악회들도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아무리 상업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외관을 꾸며야하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많다.

 순수히 음악으로서 보아야하는 것. 왜이리 어려운 것인지..

 어쩌면 나의 이런 생각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발언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처럼 음악사 쪽에 흥미가 있는 분들을 위해 몇 권의 책을 추천하며 글을 줄일까 한다.

 

 

 

 

 

 

 

 

 

 

 

 

 

 

 

 

 

 

클래식 시대를 듣다

 이 책은 음악가들의 삶을 그냥 나열하는 것이 아닌, 그 당시의 시대상황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다. 인물들도 다양하게 실려 있으며, 작가의 개인 체험담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부분도 참신하고 좋다.

 가격이 약간 압박이긴 하다. 나는 중고서점에서 구매했는데, 집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위대한 음악가들의 기상천외한 인생 이야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나 생활상, 에피소드 등을 다루고 있어

흥미가 동하는 사람에게는 강력히 권장한다. 인물별 분량도 많지 않아 가볍게 읽기도 좋고, 사생활이 베일에

쌓여있는 현대 음악가들도 다수 실려 있다.

 

음악의 역사

 이 책은 딱딱한 음악 교과서 수준이다. 나는 양장본을 중고로 구했는데, 원가가 상당히 압박인 책이다.

 찾아보니 훨씬 저렴한 문고본이 있어 추가해 놓았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음악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20C에 번성한 다른 장르도 일부

거론하고 있다. 얘기한대로 딱딱하며 역사책을 보는 느낌이긴하나, 이렇게 자세하고 음악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음악사를 깊게 파헤쳐보고 싶은 분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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