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비주류 곡에 대해서만 포스팅을 하다보니 이런 곡을 얘기하게 되면 뭔가 어색하다.
파헬벨의 캐논같은 경우야 웬만한 정보가 인터넷에 널려 있으니 내가 내용을 더 말해봤자 사족달기 식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작곡가인 '파헬벨'은 모르더라도 '캐논'은 너무나 유명하다. 모든 클래식 음악을 통틀어 이렇게 대중적으로
친숙한 곡들은 비발디의 '사계'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저작권도 없어졌으니 무수한 편곡이 존재해
다양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즐겨 연주되고 있다.
불과 1C 전까지만 하더라도 잊혀진 작품이었으나..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불멸의 걸작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지 몰라도(내 또래만?) 나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음악이다. 당시엔 별로 클래식에 관심이 없어 그냥저냥 흘러 들었지만 클래식을 계속 듣게 되다보니 이 음악이
바로크 시대의 음악이란 것, 파헬벨이란 작곡가의 것이란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주로 컴필레이션에 실리다보니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 캐논이란 음악은... 그야말로 환희 그 자체
였다. 300년도 전에 이런 음악을 창조했다는 것은 내게 커다란 놀라움이었다고나 할까..
캐논뿐만이 아니더라도 나는 가끔 음악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든다.
수십년, 혹은 수백년 전의 음악들이 지금의 나를 감동과 열락에 빠져들게 한다는 것은 매우 신비로운 일이라고..
가치관, 문화, 관습, 사고방식이 모두 달랐던 시대의 유산 한 자락이 수백년 후의 인간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소소한 기적이 아닐까싶다.
음.. 어쨌든 이 '캐논'이란 작품은 작품길이가 짧은 편이고, 주로 '바로크 명곡집'같은 클래식 컴필레이션에만
실리는 편이다. 즉, 무수한 연주가 존재한다는 얘기.
내가 가지고 있는 연주는 4종인데, 모두 컴필레이션 및 OST에 실린 곡들이다.
짜잔~~
뭔가 '불멸의 명반'같은 것이 나올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예전에도 말 했지만 나는 그런 음반은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편이다..ㅎㅎ
연주자들이 상이하니 플레이타임도 그 시간이 꽤 차이나는 편인데,
베스트 바로크 100 - 3:39초
클래식 아다지오 - 4:38초
에반게리온 OST - 5:08초
순수 DISC 2 - 7:14초
각각 이렇다. 그럼 이 중에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캐논 연주는?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에반게리온 OST의 연주이다. 한 때 에반게리온에 빠져서 해외구매로 입수한
음반인데, 지금까지 잘 듣고 있다..^^;
연주자조차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음원이지만.. 요는 자신에게 얼마나 맞느냐가 아닐까 싶다.
다른 연주가 지나친 속주거나 느린 연주로 세부를 흐지부지하게, 혹은 지루하게 만들었지만 이 연주는 결코
그런 일이 없다. 모든 부분이 명징하며, 큰 울림으로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아직까지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캐논 연주이다!
점점 봄이 다가오고 있는 이런 시기에 어울리는 음악일라나.. 참 따뜻하고.. 뭉클하다.